산업은행, 박삼구측 컨소시엄 안건 부의 미뤄…전문가들 "정치가 의사결정 왜곡시켜선 안돼"

지난 20일 KDB산업은행이 정치권과 일부 여론 압박에 금호타이어 컨소시엄 안건 부의를 미뤘다. 산업은행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소지에 대해 법률 검토를 마친후 다시 부의하기로 했다. / 사진=뉴스1

KDB산업은행이 정치권과 일부 여론 압박에 금호타이어 컨소시엄 안건 부의를 미뤘다. 산업은행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소지에 대해 법률 검토를 마친후 다시 부의하기로 했다.

21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컨소시엄 안건 부의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컨소시엄 허용 여부에 따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더블스타의 소송 가능성, 방위산업 업체 매각 논란 등에 대해 법률 검토를 마친후 다시 부의할 것이다. 이번주 안에 다시 부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구성하는 컨소시엄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할지에 대한 안건을 20일 서면부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이 잇따라 금호타이어의 중국 기업 매각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사드 배치 문제에 따른 한중 갈등 분위기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 은행에 대한 압박이 거셌다.

산은 관계자는 "원래 지난 20일 부의하기로 했지만 금호타이어 중국기업 매각에 정치권 압박이 심해졌다. 이런 점을 고려해 법률 검토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는 지난 19일 SNS를 통해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며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어떤 특혜 논란도, 먹튀 논란도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손학규 국민의당 대선 경선후보도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더블스타는 기업규모 등을 고려할 때 금호타이어를 발전시킬 능력이 있는지 의심된다"며 "경제적 비용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쌍용차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금호타이어 우선인수 협상대상자로 중국 업체인 더블스타가 선정된 것에 대해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며 "지역경제에 미치는 후견효과와 고용효과, 한국경제에 기여한 공이 있는 기업이 정부에 의해 특혜는 커녕 역차별 받는다는 것은 권력에 의해 침해받는 또 다른 적폐다"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정치권 압박 등으로 입장이 난처해졌다.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을 하든 안하든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가, 허용하지 않으면 박삼구 회장이 소송을 낼 수 있다.

더블스타가 인수할 경우 방위산업 업체 매각 논란 가능성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정부 지정 방산업체다. 외국 기업이 방산업체를 인수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 건을 경제 논리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정치인이 아니다. 경제 상식으로, 사업 논리로 금호타이어 건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칙대로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 건을 원칙대로 해야한다. 정치권 압박에도 소신대로 결정해야 한다"며 "중국이 사드로 시비 걸어 불쾌하다 해서 우리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지금 상황에서 채권단은 원칙대로 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서 의사결정을 왜곡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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