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로 전자상거래 발전 제약…전자계약시 특정 서명방식 강요 말아야

이영준 로아팩토리 대표. / 사진=로아팩토리 제공

로아팩토리는 부산의 작고 빠른 물고기.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작고 빠른 물고기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로아팩토리는 한국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기에 충분하다. 변호사를 찾아주는 앱인 인투로를 대기업보다도 먼저 내놓은데 이어 전자계약 서비스인 '모두싸인'도 선보였다. K-Global DB Stars 최우수상, 장영실 벤처포럼 최우수상 등 굵직한 상을 수상하며 업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로아팩토리가 법률 서비스를 연달아 선보인 데는 법대 출신인 이영준 대표(30)의 이력이 작용했다. 법대 출신인 이영준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 사업가로 변신했다. 대표의 이력도 혁신하는 로아팩토리와 닮았다.

 

17일 진행된 90분여 인터뷰에서 이영준 대표는 대기업과 경쟁하는 스타트업이 맞닥뜨린 법제도적 한계에 대한 견해를 유감없이 펼쳤다. 수 십 년째 안 변하는 공인인증서 일변도 보안시스템에 대해서는 전자서명법 뿐만 아니라 전자서명 시 공인전자서명(공인인증서 활용 전자서명방식)만을 인정하는 개별법이 핵심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자계약이 알바생 임금체불 등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견해도 흥미로웠다. 이 대표는 전자계약 활성화는 근로계약서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전자근로계약서 정착에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인전자서명 방식의 문제는 무엇인가

 

공인전자서명 방식이 액티브X, EXE 파일을 설치해야 되는 문제는 서서히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중 은행 몇 곳도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브라우저에서 바로 공인전자서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문제는 이후 충분히 액티브X를 사용하지 않고도 브라우저 사용이 가능했지만 대응을 너무 느리게 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이용상 번거로움 등의 불편함을 사용자들이 떠안아야 했다.

 

공인인증서 자체의 번거로움도 있다.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우체국이나 은행에 반드시 방문해야만 한다. 게다가 공인전자서명 비용은 개인은 4400, 법인은 11만원으로, 단 한 건의 계약을 처리하더라도 공인인증서를 발급을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공인인증서 방식이 안전하지 않나

 

공인인증서도 약점이 있다. 해커가 공인인증서 파일이 저장되어 있는 NPKI 폴더에 접근해 공인인증서를 탈취해 사용자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비밀번호를 활용하여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킹 문제가 불거지면서 온라인 결제를 두려워하는 분들도 생겨났다. 공인인증서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보안을 이유로 각종 액티브X와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하는 방식이 문제였다. 악성코드가 액티브X와 함께 설치돼 보안을 더욱 취약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인인증서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던 이유는 보안시장이 공인인증서 중심으로 독점적으로 운영돼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단한 계약에까지 모두 번거로운 공인서명방식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보다 간편하고 안전한 전자서명 기술이 나올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특정한 기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면 모두 같은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공인서명방식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고 하는데

 

이 점이 대표적인 오해다. 사실상 공인서명방식을 의무화하고 있어서 공인인증서 중심의 보안시장 독과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자서명법 제3(전자서명의 효력 등) 3항에선 공인전자서명 외의 전자서명도 효력을 가진다고 했지만 개별법을 살펴보면 공인전자서명만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공인전자서명 만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특정 전자서명의 방식을 강제하거나 법률적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는 기술 중립성원칙을 따르지 않는 개별법들이 전반적으로 개정돼야 한다.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는 2001년 전자서명모델법을 제정해 거기선 전자계약에서 특정 방식을 강요하거나 배제할 수 없도록 했다.

 

로아팩토리 전자계약 서비스인 '모두싸인'을 활용해 전자서명하는 모습. / 이미지=로아팩토리 제공

-공인전자서명 이외의 전자서명 방식이 활성화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공인인증서 이외의 전자서명 방식이 활성화되면 전자계약이 훨씬 간편해진다.그러면 전자계약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법망을 피해가는 노동문제도 ICT기술을 잘 활용하면 달리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간편한 전자계약이 계약서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계약의 번거로움 때문에 계약서를 쓰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사업장이 너무 많다. 근로기준법 상에서 분명히 계약서를 체결해 임금과 근로시간을 기재토록 하는데도 이를 어기는 것이다. 법을 어기는 건 사업자에게도 부담이다. 근로기준법 17조에는 임금, 근로시간을 계약서 명시하고 서면으로 근로자에 교부하게 돼있다. 지키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고용노동부가 가이드라인 통해 '서면'에 전자계약 방식도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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