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뛰어나도 당국 규제로 발전 어려워…핀테크만큼은 시장논리에 맡겨야

금동우 한화생명 드림플러스63 핀테크센터장 / 사진=이용우 기자

금동우 한화 드림플러스63 핀테크육성센터장은 정부가 규제 완화 등 어떤 식으로든 핀테크에 개입하는 순간 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단순히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는 데 그치지 말고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인다. 금융 당국이 인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20일 금동우 센터장을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 드림플러스63 핀테크 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일본 도쿄에 위치한 한화드림플러스재팬센터장을 맡다가 지난해 한화핀테크센터장으로 발령받아 한국에 들어왔다.  

한화생명은 한화드림플러스센터와 협력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 기업의 해외사업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15일 한화생명은 드림플러스 63 한화생명 핀테크센터의 지난 6개월 간 성과를 발표하는 제1회 드리머스데이 행사를 가졌다.

스타트업 중 한화금융계열사와 사업제휴를 추진 중인 기업도 나왔다. 통합보험관리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보맵을 출시한 레드벨벳벤처스는 한화손해보험과 협업을 추진한다.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콰라는 한화자산운용과, 집적 인증 솔루션을 개발한 센스톤은 한화생명과 협업하는 성과를 냈다.

금 센터장은 일본 핀테크 업체들이 간단한 기술 하나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부럽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금융 당국의 규제나 제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시장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한다. 신기술이 없어도 된다. 작은 기술을 개발해도 핀테크 스타트업이 시장을 변화할 수 있다.

금 센터장은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이 새 기술을 만들어내면 어떤 규제에 걸리는 지부터 확인한다. 새 기술을 규제하는 법이 없어도 새롭다는 것 이유만으로 규제하려 드는 분위기가 있다"며 "미국처럼 주 정부 규제 외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드림플러스 63 핀테크센터를 소개한다면.

63빌딩 4층을 모두 센터로 활용한다. 평수로는 930평이다. 11개 기업이 상주한다. 모두 3월 31일 공식 졸업한다. 대부분 계속 남고 싶어 한다. 하지만 특정 기업만 계속 육성하기보다 다양한 기업을 육성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화 금융 계열사와 협업이 가능한 3개 업체만 남게 됐다. 다른 업체는 단지 한화 계열사와 협업하지 않았을 뿐이지 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 센터를 졸업해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업체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화 핀테크센터는 사회공헌과 연결돼 있다. 핀테크센터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은 6개월 무료로 들어와 핀테크 지원을 받는다. 한화 개열사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협업할 수 있다. 이에 금융 등 전 계열사가 기술 혁신에 동참할 수 있어 시너지가 발생한다. 한화 전체 54개 계열사가 핀테크센터를 중심으로 혁신하는 게 이 센터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한화가 핀테크 기업 육성하겠다고 결정한 계기는.

시장 흐름을 읽었다. 그룹 경영진부터 (핀테크에) 관심이 많다. 김승연 회장도 젊은 한화를 주장하며 많이 바꾸려고 한다. 마침 지난해 금융권에 핀테크 열풍이 불었다. 이런 것들이 센터 개장에 영향이 줬다. 다만 한화는 드림플러스라는 브랜드를 2014년 1월부터 있었다. 지금과 비슷하게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후 중국과 일본에도 핀테크 센터를 만들었다. 현 핀테크 센터가 생기기 전부터 드림플러스 센터를 운영했기 때문에 지금의 센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시작했다. 가능했던 이유는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도 쉽지 않다. 밖에서는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내부적으론 좌충우돌 한다. 꼭 한화생명만 아니라 모든 대기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현재 한화생명 핀테크 센터장에 다른 금융사들이 벤치마킹하러 온다. 어떻게 해놨는지 보기 위해서다. 자극을 받았는지 두 세개 은행과 카드사에서 넓은 공간의 센터장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기업 간의 문화적 차이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차이도 기업이 핀테크 기업 육성하기 힘들게 만든다. 대기업은 사업을 계속 성장시켜야 한다. 먼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쉽지 않다. 결국 스타트업 기업과 같은 외부 자원을 연계해야 한다. 한국 기업 문화에 없던 것이다. 기존에 안 하던 일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렵다. 하지만 해외에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이런 위기감을 가진 기업이 도전에 나선다.

핀테크 센터에 들어온 업체 반응은 어땠나.

기본적인 만족도가 높았다. 6개월간 센터를 무료로 사용한다. 기업가는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를 부담스러워한다. 이런 점에서 만족을 하는 것 같다. 센터 1기는 주로 금융 분야에 있는 기업으로 입주시켰다. 입주한 기간 동안 한 기업도 빠짐없이 한화 계열사와 파트너 기업에 100% 사업 매칭했다. 한화 해외 진출 프로그램에 협업하는 기업도 있다. 작게는 멘토링에서부터 크게는 사업 협력을 검토하는 수준까지 이뤄진다. 해외 현지센터를 통해서 직접 미팅을 성사시켜서 사인까지 끌어내는 걸 옆에서 돕는다. 기본 만족도가 높은 이유다.

곧 2기를 뽑는다. 1기와 2기를 뽑는 기준이 다를 것 같다.

1기에 참여한 업체 중에는 다양한 곳에서 네임벨류를 쌓아온 업체가 있었다. 11개 기업 중 8개 기업이 투자를 받고 있었다. 매출이 생기는 기업도 있었다. 한화 핀테크 센터에서도 초기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업체를 선정했다.

2기는 다르다. 1기 업체와 가능하면 겹치지 않는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들어올 예정이다. 특히 핀테크에 너무 몰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통적인 핀테크 분야가 아니더라도 금융분야를 발전시킬 아이템이 있으면 다 수용해서 검토할 계획이다. 1기 때는 홍보도 많이 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안 했다. 직접 조사하고 연락하거나 추천을 받았다. 경쟁률이 큰 의미가 없었던 이유다. 발전 가능성을 봤다. 이번 2기부터는 한화 파트너 기업과 협업하는 모델도 고려 중이다. 그럴 경우 협업을 위한 공간을 남겨놔야 한다. 1기 중 3개 업체가 남기 때문에 11개 기업을 유치했던 1기보다는 적은 기업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드림플러스63 핀테크센터에 들어온 핀테크 스타트업체 모습. / 사진=이용우 기자

보험에도 핀테크 기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나?

생명회사에서 핀테크 센터를 운영한다고 보험에만 국한해서 보면 안 된다. 한화 금융사가 6개다. 하나로 연결해 봐야 한다. 다 같이 혁신이 필요하다. 핀테크 기술은 보험에만 쓰이지 않는다. 빅데이터, 수치 분석 등 기술을 다른 쪽과 연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이 있으면 그룹차원에서 쓸 수 있나를 고려한다. 생명보험사만의 혁신은 좁은 인식이다.

국내 핀테크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로 발전하고 있나?

아주 더디다. 핀테크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주도하고 있다. 생활 저변에서도 활용된다. 국내 핀테크 업체의 어려움이 많은 이유가 있다. 규제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송금을 이야기할 수 있다. 여전히 송금 업체는 마음대로 사업을 못 한다. 피투피(P2P) 대출을 마음대로 못한다. 대부업에 등록해야 하고, 대출 금액 제한이 걸려있다. 자본금 규제도 있다. 이것 외에도 말도 못할 규제가 많다. 기술적 차원 비교보다 사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핀테크 환경이 조성됐는지 봐야 한다. 국내 핀테크 업체는 해외와 비교해 규제 차별받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대표적으로 1기에 들어온 업체 중 송금 업체가 있다. 해외 송금 서비스 운영업체 센트비다. 이 업체는 국내 송금 스타트업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비트코인 기반의 송금을 해왔다. 이유가 있다. 비트코인 방식이 아닌 방식을 쓰려면 국내 은행과 계약이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은행이 쉽게 계약을 안 한다. 규제로 막혀 있는데 스타트업과 제휴하겠나. 그래서 센트비가 비트코인 방식만 쓸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송금을 다루는 스타트업은 대부분이 비트코인 방식으로 기술을 만든다. 허가를 안 해줬기 때문이다. 이에 센트비는 해외 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진출해 현지 은행과 제휴했다. 베트남과 송금할 수 있는 원활한 여건을 만들었다. 국내 송금과 관련해 연간 송금액은 최고 수준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체가 말하는 규제는.

너무 많다. 2주 전, 금융당국에서 은행, 카드 등 6개 기관장을 모아 핀테크육성 관련 회의를 했다.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핀테크 발전을 위한 모임이다. 그 자리에서 금융위 관계자는 "(핀테크) 규제는 별로 없다. 규제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타까웠다. 실망했다. 시장을 잘 읽지 못한 것이다.

핀테크는 향후 10년 이후 사회를 바꾸는 가장 영향력 있는 분야가 된다. 돈의 흐름이 완전 바뀐다. 이를 핀테크 업체가 주도할 것이다. 보험사, 은행사가 사라질 염려도 나온다. 실제 골드만삭스가 앞서서 혁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한 때 600명에 달했던 주식 매매 트레이더는 올해 2명만 남게 됐다.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로 대체된 것이다.

 

금융권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절실하게 인지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스마트폰도 없어진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사라질 것이라는 건 해외에선 일반론이다. 기술을 인체와 연결한다는 것이다. 손정희 회장이 투자하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결제 환경 소비 환경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하고 싶은 말은.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려고 하면 규제를 만든다. 규제가 스타트업을 제재한다. 악순환이다. 미국 기업들은 규제가 있으면 '이것만 빼고 다 된다'고 한다. 한국에선 A사업을 하면서 이게 되는지 안 되는지 체크한다. 당국에선 신기술이면 일단 막고 본다. 미국에선 창업과 혁신이 일어나고 한국은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식의 차이가 완전 반대다. 정부는 (기술 혁신에) 개입하면 안 된다. 최근엔 핀테크 영역을 활성화 한다며 회사 간 양해각서(MOU)도 추천한다. 이해가 안 간다. 놔두면 알아서 한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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