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2금융권 대출 증가세 제동…저신용자들 대부업체 등 고금리 대출 내몰려

금융당국이 지난해 은행권에 이어 올해 제2금융권에까지 대출 문턱을 빠르게 높이면서 취약차주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의 고삐를 죄기로 하면서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을 받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국이 2금융권 대출 조이기에 들어가면서 서민들의 돈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제2금융권의 고위험 대출에 대한 손실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는 정책 시행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이에 취약차주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지난해 가계 빚이 1344조원을 넘기는 데는 제2금융권 대출 급증세가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말보다 3조원 늘었다. 2016년 2월말보다 증가세(5조원)가 꺾인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죄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고 원금과 이자를 균등분할 상환하도록 유도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2월에 은행부터 적용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이어 나머지 금융업권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반면 제2금융권 대출 급증세는 계속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제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말보다 5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6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가 심화하면서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의 대출 증가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건전성 관리 강화 조처 시행을 애초 일정보다 당기기로 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국내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으면 차후 과도하게 대출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환능력이 부족한 한계차주의 부실이 확대되면 해당 금융사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은행권에 이어 올해 제2금융권에까지 대출 문턱을 빠르게 높이면서 취약차주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은행권 대출 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제2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처럼 취약차주들이 돈을 구하기 위해 대부업체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들은 연 27.9%의 법정 최고 금리가 적용되는 대부업체 등으로 빠르게 밀려나면 대출 부실화는 더 해소하기 어려워질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연초에 서민 정책금융 공급 여력을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취약계층 보호가 필요한 금융 사각지대 해소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여신 건전성 강화 차원에만 몰입하면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놓칠 수 있다"며 "저신용자를 위한 자금지원, 채무조정 지원 강화 등 취약차주를 위한 대책이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점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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