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주택에서 삶을 디자인하는 패션 디자이너 이정기의 집은 그의 슈트 디자인과 꼭 닮았다.

 

출처=리빙센스

 

 

혼자여서 더 좋은 신사동 라이프
지은 지 3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신사동 주택. 집 안에 들어서면 낡은 외관과 달리 부티크 숍처럼 층고 높은 지붕 아래 의상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블랙 컬러 마감재에 반짝이는 금빛 소품들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은 ‘비아바이이정기’의 디렉터이자 대표인 이정기 디자이너다. 

 

 

“어서 오세요. 저와 뿌가 사는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저는 이곳에 10년 넘게 혼자 살고 있고, 제 베스트 프렌드인 뿌는 같이 산 지 8년이 되어가네요.” 남자 혼자 사는 집인데도 그의 집에는 사람의 온기가 가득하다. 패션 디자이너로 자신의 브랜드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인이나 고객이 언제든 이곳에 들러도 당장 작업하는 데 무리가 없을 만큼 집 안에서도 일을 즐긴다. 

 

“사람을 굉장히 좋아해요. 주로 집에 불러 와인이나 차, 커피를 함께하는 것이 일상이됐죠. 제가 추구하는 룩은 클래식함을 충실히 따르되 한국의 민화에서 영감을 얻은 오리엔탈 패턴을 강조해 커스텀 슈트와 턱시도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옷을 디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집 안도 구석구석 살펴보시면 하나의 룩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금세 느껴지죠.” 

 

경사 지붕의 라인과 고재의 보, 세월이 느껴지는 계단실 등 빈티지 무드를 그대로 살리고 그 위에 디자이너 이정기의 손길을 더해 매일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고.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커다란 하얀 캔버스를 보는 것 같았는데, 내 취향과 삶을 담아내면 정말 잘 어우러지겠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살 집으로 결정했어요.

 

출처=리빙센스

함께여서 더 즐거운 이정기 라이프
1층 현관 앞에 자리 잡은 방은 새로운 디자인 결과물의 리뷰를 위해 지인들을 불러 모으거나, 개인 고객과 미팅을 겸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거실 안쪽 작은 방은 아이디어를 내는 작업 공간으로 메인 공간 곁에 두었다. 

 

2층은 침실과 드레스 룸, 다용도실을 배치하고 라이프 패턴을 담아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집에서의 유일한 친구인 뿌를 위해 침실 한쪽에 잠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스탠더드 푸들인 뿌는 이정기 디자이너의 컬렉션에 등장했을 정도로 모든 일을 공유하는 반려자 같은 존재. 주말이면 한강공원에 나가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 것도 뿌와 함께하는 일과 중 하나다. 

 

“날이 풀리면 본격적으로 가드닝을 시작하려고 해요. 지인들을 초대해 마당의 단풍나무 아래에서 조촐하게 바비큐 파티를 여는 것도 제 일상이거든요. 주차장 뒤에 있는 제 작은 텃밭도 이제 곧 싹을 틔울 준비를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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