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한데다 변동성 많아 수익 장담 어려워…환리스크도 장애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영업장 / 사진=장가희 기자

은행들이 해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글로벌 침체나 외환위기라도 발생하면 해외 지점에서 적자 발생 등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에는 중국 사드 보복 등 불확실한 정치·사회적 제약이 심해 수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은행업계 시각이다.

17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지 금융사 인수를 시도하는 등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해외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시장 상황을 분석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린다. 사업에 실패해도 쉽게 접고 나오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은행중 한 은행이 선점하면 다른 은행이 그 나라에서 영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그런데 지금 모든 은행이 동남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경쟁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나가면 국내 은행끼리만 경쟁하는 게 아니다. 동남아 시장이 수익률이 잘 나오는 곳이다. 각 나라 은행이 다 모이고 있어 경쟁이 국내보다 더 치열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최근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으로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 등에 진출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중에서 신한은행이 베트남에서 독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중 순익 1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모바일뱅크, 자동차대출상품 등 현지밀착형 영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국내 은행 중 해외 진출 비중이 가장 적은 KB국민은행도 베트남시장에 발을 디뎠다. 윤종규 은행장이 지난 2월 초 직접 응우엔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논의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기업은행도 베트남 시장을 공략 중이다. 

 

기업은행은 하노이와 호치민에 각각 1개씩 지점을 두고 있다. 3개 이상부터는 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김도진 행장은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선택했다.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하노이, 호치민지점을 방문하고 현지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해 영업을 시작했다. 앞으로 지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현재 하노이와 호치민에 각각 지점 1개, 호치민 사무소 1개 등 총 3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내 은행의 베트남 진출에 은행마다 우려의 시선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이 개발 성장세를 보여 은행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며 "베트남 시장도 국내 은행과 해외 은행 경쟁으로 포화 상태가 될 수 있다. 더 확장할 여지가 없는 시장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글로벌 사업 관련 1년 계획을 정확히 세우기 힘들다"며 "국내처럼 확실하게 수익이 나오지 않고,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은행 간 경쟁만 아니라 환리스크 문제도 해외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은행 중국 법인들은 위안화 평가 절하로 환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위안화에서 달러로 바꾸는 회계처리 방식을 쓰다보니 상당한 손실을 봤다. 결국 해외 법인에서 이익이 나도 환율에 따라 손실이 커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은행들은 진출 국가 규제가 심할 경우 추가 투자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 최근 국내 은행의 중국 법인은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6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7%나 급감했다.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과 중국 진출 기업의 현지 당국 규제 등으로 이익이 늘지 않은 영향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한때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1번지로 통했으나 이제는 아니라는 시각이 커졌다"며 "해외 시장 진출에는 변동성이라는 악재가 항상 있다.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이 커진 이유다. 다만 이 시장도 어떻게 변할지 몰라 해외 시장 진출이 녹록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