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서비스 확대…직원에겐 일·가정 양립 지원

#직장인 A씨는 지난 연말 급매로 나온 아파트를 구매해야 한다는 아내 연락에 황급히 업무를 마치고 대출을 상담하기 위해 인근 은행을 찾아 다녔다. 그러나 오후 6시밖에 안된 시간에 인근에 문을 연 은행을 찾을 수 없었다. 다음날 점심시간에 은행을 방문했더니 대기 고객이 너무 많아 객장에서 기다리다 사무실로 돌아왔다. 결국 그 다음날 근무시간 중 눈치를 보며 사정을 말하고 은행을 찾아서 대출 상담했다. 또 대출 신청하러 며칠 뒤 근무 시간 중에 은행을 다시 방문했다. 

#서울 마포구 소재 KB국민은행 지점 구아무개 차장은 워킹맘이다.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출근시간 때문에 항상 고민이었다. 하지만 2교대 근무로 아침에 여유롭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출근할 수 있어 직장 일에도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지점 정아무개 대리는 퇴근 후 다니던 영어학원을 오전 시간으로 바꿨다. 일과 후 약속도 많고 야근할 일도 있어 학원 기가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전 시간을 활용하게 되면서 직원들 삶의 질도 향상돼 환영하는 직원들도 많다. 

은행에서 입출금 같은 간단한 업무는 ATM기나 인터넷으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대출이나 자산관리 상담처럼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가 있다. 또 점심시간에 잠깐 틈을 내서 은행에 방문해보지만 내점고객이 몰려 대기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고객은 필요로 하는 시간에 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중은행의 다양한 유연근무제가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KB국민은행은 고객서비스 확대와 근무여건 향상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 모델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시범 운영을 통해 모델별 효율성을 검증하고 고객 니즈를 반영하여 올해 전면 시행을 검토한다는 취지였다.

시범 운영 모델은 ▲시차 출퇴근제 ▲2교대 근무제 ▲애프터뱅크(AfterBank) ▲아웃바운드라운지 등 총 4개 모델이다.

특히, <근무시간 2교대> 시범운영에서는 일찍 출근하는 직원과 늦게 출근하는 직원들이 고객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함께 근무하여 대기고객의 불편을 줄였다. 일찍 출근하는 직원은 오후 4시에 창구업무 마감 후 일찍 퇴근하도록 했고, 늦게 출근하는 직원들은 오후 7시까지 창구업무를 하고 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금융권 최초로 4월 중 100여개 지점 은행 이용시간 늘려


최근 KB국민은행은 4월 중 국내 금융권 최초로 100여개 지점에서 은행의 이용시간을 저녁7시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처럼 100개 이상 지점에서 은행의 영업시간을 연장해서 운영한 적은 없었다.

시범운영 모델 중 2교대 근무제와 After Bank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 중 2교대 근무제는 직원들이 2교대로 근무하면서 기존 영업시간을 19시까지 연장 운영하며, After Bank는 영업점과 점주권 환경을 고려하여 영업시간을 두가지(10시~17시, 12시~19시) 형태로 다양화 할 계획이다.

운영점은 전국 지역단위로 여러 점포가 묶여져 있는 PG(Partnership Group)체계 당 한 개 내외로 운영해 늦은 시간 은행업무를 보려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며, 점심시간에 대기고객이 집중되는 상황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2교대 근무제 확대는 직원에게는 자율적 선택권을 통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고객에게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KB국민은행은 나머지 모델들도 검증을 거쳐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서비스 제고를 위해 다양한 영업점 운영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데 경영진과 직원 모두 깊이 공감하고 노사간 오랜 시간 논의를 통해 전국적으로 많은 지점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며, “추후 확대 시행을 통해 고객의 편리한 은행 이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객을 위해 변하기 시작한 은행의 첫 걸음이 고객들에게 어떠한 형태로 가치를 높여주고 또 다른 편의를 주는 방식으로 진화해 갈지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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