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실적 회복·자구안 이행에 워크아웃 가능성 대두…“정성립 사장 사임할 가능성도 있어”

정성립 사장이 지난해 9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사진=뉴스1

“당장 회사가 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성적표다.”

15일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자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최악의 실적이란 뜻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6089억원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해양프로젝트 손실을 인식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4년 연속 기록한 조 단위 적자를 소명하기엔 부족하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회생을 약속했던 올해 들어 실적이 더 나빠졌다. 정 사장은 지난해 “시황도 내년 말이면 회복될 것”이라며 실적개선을 자신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올해 단 1건 수주했다. 여기에 앙골라 국영석유사인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인도가 계속 늦어지면서 정 사장의 ‘회생 시나리오'가 공수표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 영업적자폭 줄었지만 여전한 구멍난 곳간

대우조선은 15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5.1% 감소한 12조737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손실은 1조6089억원, 당기순손실은 2조7106억원이었다. 적자폭은 전년(-2조9372억원) 대비 절반 가량 줄었다. 그러나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2조7374억원, 3조30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18%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5912억원이었던 영업손실 규모는 4분기 들어 크게 늘었다. 사측은 “해양플랜트 손실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정해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이 같은 성적은 조선불황을 감안하더라도 낙제점이다. 경쟁사이자 ‘동병상련’ 처지에 놓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적자경영 탈출 신호탄을 쏘며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탓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매출 10조4142억원과 영업손실 1472억원, 당기손순실 13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7.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도 1조5019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당기순이익 적자폭 역시 전년도 1조733억원에서 대폭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은 3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39조3173억원, 영업이익 1조64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 줄었다. 다만 영업이익이 2015년 1조5401억원 손실에서 다시 조 단위 흑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1조3632억원 손실에서 6823억원 이익으로 전환했다.

◇ 정성립 ‘회생론’, 현실은 자구안 이행 ‘꼴찌’

대우조선이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입장도 난처해졌다. 정 사장이 지난해 줄기차게 외쳐왔던 ‘회생 시나리오’가 사실상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우조선은 2년 안에 정상화될 수 있다"며 “자구계획을 못하면 옥포 앞바다에 빠져 죽겠다는 각오로 달성해서 대우조선을 살리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대우조선이 처한 상황은 지난해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주실적이 바닥을 기고 있고 여기에 갚아야 할 빚은 산더미다. 정 사장이 자신했던 정상화가 아닌 ‘비(非) 정상화’가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신규수주는 15억 달러에 그쳤다. 당초 정부가 전망했던 62억 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올해 수주난은 더 깊어졌다. 유럽지역 선사와 17만3400㎥ 규모의 LNG 운반선 2척을 수주한 게 전부다.

자구안 이행률도 기대치를 하회한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발표한 자구안 규모 6조원 중 지난해까지 1조6400억원 수준을 이행했다. 이행률이 27%에 그친다. 앞으로 4조가 넘는 비용을 줄여내야 하지만, 매각하겠다던 14개 자회사 중 팔린 건 2개(디섹·에프엘시)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중공업 자구안 이행률은 지난해까지 56%(2조원), 삼성중공업이 40%(1조5000억원)다. 이른바 ‘조선 빅3’ 중 대우조선의 자구 계획 이행속도가 가장 더딘 셈이다.

◇ 워크아웃 논란에 정성립 사임 가능성도 대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해 3월 30일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열린 '제1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대우조선해양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서별관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4만 명의 수장으로 4.2조원 한도 내에서 지원해 준다면 추가 지원 없이 대우조선을 정상화 시키겠다“며 ”자구 계획을 달성할 의지가 충분히 있으며, 사력을 다해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포부 역시 공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 대우조선은 오는 4월 4400억원을 시작으로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 2018년 3월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말까지 채무이행에 필요한 자금 규모만 1조4900억원에 달한다. 적자 늪에 빠진 대우조선으로서는 막대한 채무를 견뎌낼 재간이 없다.

이 탓에 최근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이 결국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채권단 공동관리)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대두된다. 지난 2000년 1월 워크아웃에 들어가 이듬해 8월에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조선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만약 대우조선에 또 한 번의 혈세(血稅)가 투입될 경우, 대우조선 회생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정 사장의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다. 이 경우 앞서 지난해 사의를 한 번 표명했었던 정 사장이 대우조선을 떠날 가능성도 대두된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조선 전(前) 사외이사는 “현 상황에서 대우조선 수장에 누가 앉더라도 (정성립 사장) 이상의 기적을 기대할 수 없다. 당장 처한 상황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정성립 사장도 정부도 더 이상의 추가지원은 없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만약 상황이 번복될 경우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은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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