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시장금리 들썩…가계빚 1340조원 이자부담 커져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 금융권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림에 따라 한국 시장금리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가계빚 1340조원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이 가계부채 탓에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취약계층 부채에 대한 정확한 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다.

미국 기준금리가 3개월만에 0.25%포인트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기존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올리겠다고 결정했다.

특히 연준이 올해 2차례, 내년 3차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 시장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른다.


이미 은행권 대출금리는 오름세다. 지난 1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 가계대출 금리는 3.39%로 지난해 12월 3.29%보다 0.1%포인트 올랐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금리를 올린바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유지했지만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 대출금리가 올랐다. 시중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말 연 1.63%에서 지난 15일 1.76%로 올랐다.

특히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 1.25%와 차이가 줄었다. 미국이 0.25%포인트 한번 더 올리면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같아진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승 가능성도 높아졌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은행 대출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다. 한국 가계부채는 여전히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2금융권 부채가 많아 취약계층 중심으로 어려움이 커진다.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형 대출은 최소 7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신용대출과 2금융권 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형 대출이다. 실제 변동금리형 대출 규모는 더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9조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특히 취약계층이 문제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저소득자, 한계가구가 금리 인상을 언제까지 견딜지 미지수다. 한은은 10개 저신용자(7∼10등급)의 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80% 수준으로 추정했다.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도 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사 5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101만명에 달했다. 2012년 말보다 5% 늘었다. 한계가구도 증가세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한계가구는 2015년 158만3000가구에서 지난해 181만5000가구로 14.7% 늘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상승과 추가 인상 가능성으로 한국 시중금리와 은행권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문제는 취약계층이다. 소득이 부족한 이들의 빚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금융당국은 취약계층의 가계 부채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자영업자 대출 자료조차 없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대출 통계를 발표하지만 여기엔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적이 없는 자영업자 대출은 포함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에야 자영업자 대출 전담반을 새로 만들어 자영업자 대출 분석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후순위 주택담보대출액도 따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 전문가는 "국내 취약계층의 미시적 통계자료가 부족해 이들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수준에 달했는지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금융당국은 긴급 시장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모든 업권에서 가계부채를 과도하게 늘리지 않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최근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금융권에 대한 현장점검과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