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채권단 고통분담 요구 차원 해석도…대우조선 “아직 정해진 것 없다”

지난 1월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직원들이 1도크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다. / 사진=박견혜 기자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채권단 공동관리) 추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수혈했지만, 당초 예상의 13%에 그친 수주 급감 탓에 부실규모가 눈더미처럼 불어난 탓이다.

대우조선은 내년 말까지 채무이행에 필요한 자금 규모만 1조49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이 인력 감축 등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 돌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빚쟁이’ 대우조선,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14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삼정KPMG의 대우조선 유동성 실사 결과, 연내 많게는 3조원대의 부족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워크아웃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추진이 확정되면 재무개선과 함께 회사채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 등을 상대로 940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의 원금상환 유예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우조선은 인력 구조조정과 회사가 가진 자산을 팔아 버텨왔다. 그러나 수주난이 심화되면서 당장 먹고 살 ‘곳간’이 비었다.

대우조선 지난해 신규수주는 15억 달러에 그쳤다. 당초 정부가 전망했던 62억 달러에 4분의 1 수준이다. 올해 수주난은 더 깊어졌다. 유럽지역 선사와 17만3400㎥ 규모의 LNG 운반선 2척을 수주한 게 전부다. 이달 신규 수주에 성공한다 해도, 헤비테일(선박을 인도할 때 건조대금 대부분을 받는 것) 계약 방식 탓에 당장 유동성 가뭄을 해갈할 수 없다.

설상가상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은 자금난에 처해 대금을 내기 어렵다면서 대우조선에 발주한 드릴십(원유 시추선) 2기를 인도해가지 않고 있다. 소난골에서 받아야 할 대금만 1조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은 오는 4월 4400억원을 시작으로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 2018년 3월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말까지 채무이행에 필요한 자금 규모만 1조4900억원에 달한다.

◇ ‘원칙’ 앞세운 이동걸 회장, 지원 시 책임론에 부담 느꼈을 가능성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대우조선 주채권은행인 KDB 산업은행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앞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4조2000억원 외에 신규자금 지원이 없다고 했는데, (현재) 자세가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당시 이 회장은 “1차적 관문이 되는 것이 4월21일 만기 돌아오는 4400억원 회사채”라며 “소난골 문제, 수주의 추가적인 문제, 헤비테일 방식에 의해 선수금을 받는 것 등으로 이런 여러 선택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불발이 된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유의동 의원의 질문에 그는 “최선을 다하겠다. (불발에 대해) 가정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회장 기대와 달리 대우조선 수주난이 해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대우조선을 ‘조건부 워크아웃 수술대’로 보내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우조선 부실과 관련해 전임 회장들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대우조선 지원에 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채무에 대한 책임을 나눠지게 되기 때문에, 산업은행을 향한 책임론이 분산될 여지도 있다.

◇ 워크아웃 시 수주난 심화 가능성도

대우조선 측은 워크아웃 추진 소식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설마 했지만 워크아웃이 논의될 줄은 몰랐다”는 얘기다. 워크아웃에 착수하게 되면 신규 수주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 경우 기존 수주 잔량만으로 버텨내야 하기에 오히려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조선 전(前) 사외이사는 “어느 선주가 워크아웃에 돌입한 기업에 배를 맡기겠는가. 사실상 신규수주는 포기하라는 셈”이라며 “배를 건조하는 기간이 길다보니 워크아웃보다 수위가 낮은 자율협약을 맺은 기업과도 거래를 안 하려는 게 조선업 특성이다. 결국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면 향후 기업이 회생되더라도 신규 수주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우조선 측은 “아직 채권단으로부터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 그 어떤 방식의 구조조정 통보도 받은 것이 없다. 현재로서는 공식 입장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산업은행이 31.5%의 지분을 인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실질적으로 주인이 없는 상태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0년 1월 워크아웃에 들어가 이듬해 8월에 졸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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