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비중 높이는 중국과 대조…웨어러블 등 신소재 개발로 중국에 대응

삼성SDI가 에너지스토리지유럽2017에서 공개한 ESS 신제품. /사진=삼성SDI

국내 이차전지 생산기업인 삼성SDILG화학은 IT기기용 소형전지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그러나 두 기업은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럼에도 국내 전지업계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에너지저장장치와 웨어러블 기기등 전기차 말고도 먹거리가 충분해서다.

 

영국언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현지시각) 중국의 자동차전지 굴기를 다뤘다. 중국이 일본과 한국을 누르고 이차전지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정부는 2015중국제조 2025’에서 전기차 이용 수를 현행 100만대 수준에서 2020년까지 500만대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상위 10개사 중 비야디(BYD), CATL 5개 회사가 중국 업체다. 비야디와 CATL은 이들 점유율은 47.2%에 이른다. 국내기업인 LG화학과 삼성SDI7.2%에 불과했다. CATL은 오는 2020년까지 설비규모를 50기가와트시(GWh), 리셴은 20GWh, BYD12GWh로 생산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1GWh100만 가구가 한 시간, 전기차 4만대가 100를 이동할 수 있는 양이다.

 

국내 전지업계는 중국 이차전지 굴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IT기기용 소형이차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에서 충분히 경쟁우위가 있다는 계산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전지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기차 시장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2% 정도에 불과하다수주 받은 만큼만 이차전지를 생산하고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지업계 증설계획은 중국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기업중 가장 많은 전기차용 이차전지를 판매한 LG화학은 오는 2020년까지 오창공장 생산규모를 8GWh에서 18GWh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난징 공장에 8GWh,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 5GWh, 미국 미시건에 3GWh 규모로 생산설비를 갖춘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국내 울산공장을 3GWh에서 5GWh, 중국 시안 공장을 2GWh에서 4GWh로 증설할 계획이다. 이어 2018년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헝가리에서 2.5GWh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헝가리 공장이 완공되면 11.5GWh 규모로 생산능력이 갖춰진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자사 전지생산능력을 현재 1.9기가와트시(GWh)에서 3.9GWh로 늘리겠다고 최근 밝혔다.

 

전지업계 다른 관계자는 전지 사업은 전략사업이라 대부분 입을 닫는다국내 업계가 조금씩 증설계획을 밝히는 건 수주가 완료됐다는 의미로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ESS·웨어러블에 더 집중하는 국내 전지업계

 

LG화학은 126일 지난해 실적발표 자리에서 ESS용 이차전지 매출 목표를 5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85% 높은 수치다. LG화학이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는 수주 실적 덕이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미국 태양광업체 선런(Sunrun)ES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했다. 2015년에는 세계 1ESS 기업인 AES Energy Storage(AES)1GWh 규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강창범 LG화학 전지부문 상무는 지난해 ESS전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성장궤도에 진입했다올해는 5000억원까지 매출액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SDIESS사업을 자신한다. 삼성SDIAES가 추진하는 캘리포니아 전력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0.24GWh 규모 ESS용 전지 공급을 지난달 24(현지시각) 기준으로 완료했다. 미국 4만가구가 네 시간동안 사용하는 양이다. 이어 삼성SDI14일부터 3일간 열리는 에너지스토리지유럽2017’ 전시회에서 에너지밀도를 기존제품대비 두 배 가량 향상시킨 ESS를 내놨다. 이번에 발표한 E2 모델은 전력량이 9.1메가와트시(h)4.8h이던 E1 성능을 상회한다. 장치 부피도 42리터에서 35리터로 줄였다. 박세웅 삼성SDI ESS팀장은 앞으로도 한 발 앞선 ESS 기술 개발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전기기업은 ESS와 함께 차기 이차전지 먹거리로 웨어러블 기기를 꼽는다. LG화학은 차세대 배터리인 커브드 배터리상용화에 성공했다. 커브드 배터리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차용한 LG전자 핸드폰 지플렉스에 쓰인다. 이어 LG화학은 와이어배터리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와이어배터리는 가는 줄 형태 전지로 구부리고 감아도 성능에 문제가 없다. 삼성SDI201411월 기준으로 구부릴 수 있고 둘둘 말 수 있는 플렉서블 배터리를 개발했다. 헬스케어용 밴드, 스마트워치,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에 차용할 예정이다.

 

전지 셀을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 엔지니어. /사진=SK이노베이션

 소재 국산화는 여전한 숙제신소재 개발 위해 지원 늘려야

 

한국기업은 앞선 이차전지 제조 기술로 제품 다양화에 나섰지만 소재 국산화는 여전히 숙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리튬이차전지 4대소재 시장점유율은 양극재 9.6%·음극재 2.3%·분리막 16.3%·전해액 10.6%에 그친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켐과 SK이노베이션이 각각 음극재와 분리막에서 국산화 비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 학계 인사는 아직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리튬과 인조흑연을 대체할 물질만 찾아낸다면 일본을 누르고 새로운 이차전지 표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기업과 학계는 새로운 전지를 연구하고 있다. 리튬이나 인조흑연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전지를 찾고 있다. 대체 소재로 떠오른 대표적인 이차전지는 나트륨이온 전지다. 나트륨(Na)은 리튬(Li)과 같은 알칼리 금속으로 리튬과 비슷한 성질을 지닌 물질이다. 바닷에 녹아있는 소금을 활용할 수 있어 자원도 풍족하다. 이외에도 공기를 활용하는 리튬-공기 전지, 리튬-황 전지 등 기존 리튬이온 전지를 대체할 표준이차전지를 개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기업과 학계만 추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단 지적이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기술력으로 무장한 소재기업을 육성해야한다국가가 나서 제품 개발 단계부터 비용과 인력을 지원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지 전문가도 신 물질, 신 공법을 개발하더라도 수지가 맞지 않으면 자본이 철수한다국가가 나서 인력을 양성해 소재 국산화에 힘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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