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양적완화정책도 9월까지 지속…2월 경제지표 호조에도 정책기조 변화 없어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에서 월례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 사진=뉴스1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최근 유로존 경기지표 호조에 앞으로 금리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동시에 시장에서 예상하던 금리 인상 가능성도 경계했다. 

 

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ECB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행 제로금리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기 현행 -0.40%와 0.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양적완화 프로그램도 기존 결정대로 올해 9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자산매입규모가 다음달부터 600억유로로 줄어들지만 이 역시 지난해 결정 그대로다.

 

기존 정책에서 변화 없는 결정에 시장은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이번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유럽 현지언론에서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2월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ECB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유로존에서는 지난 2월 물가상승률이 2%를 찍으면서 지긋지긋한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호조를 보였고 구매자관리지수도 기준치를 넘어서는 등 경제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 조정이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도 거론됐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후 기자회견에서 "추가통화 완화 조치를 취해야 할 이유가 더는 없다"면서도 "디플레이션 위험은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아직 인플레이션의 우위를 이야기하기 이르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번 결정과 ECB의 시각이 1월 회의와 거의 동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ECB의 목표치를 만족시킨 것은 4년만에 처음이라는 평가다.

 

ECB가 제시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이 상향 수정됐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통화완화 정책을 마무리 짓는 수순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ECB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전망치인 1.3%에서 0.4%p 높아진 1.7%로 수정됐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6%, 1.7%로 예상했다.

 

ECB가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는 필요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시장에서는 올해까지로 연장된 채권매입프로그램도 종료가 유력해졌다. ECB는 그동안 채권매입 프로그램 종료후 금리인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내년 8월 ECB 금리인상 확률은 이달초 31%에서 회의후 68%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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