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세 이어지던 서울지역 거래량 지난해 급감…준공 물량은 12만5500채로 5년전의 2배

 


사상 최악의 전세난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수년 간 인기를 누려온 수도권 빌라시장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증가세를 보이던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만12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해에 5만6000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해 5000건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 최근 5년 간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2012년 2만7400건에서 2013년 3만건, 2014년 4만건 등 해마다 급증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공급물량은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다세대와 연립주택 준공 물량은 12만5500채로, 2011년 6만8500건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년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존 노후주택을 헐고 다세대 연립주택을 지어 수익을 확보하길 원하는 건축주가 늘어난 때문이다. 공급물량의 80% 이상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다세대·연립주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전세난에 떠밀린 서민들의 구매대상 1호였다. 그러나 환금성이 떨어지는데다 가격 하락장세에 취약하다. 감가상각 속도 역시 아파트보다 빠르다. 수년 간 상승세를 타온 빌라시장이 최근들어 위축세를 보이는 것도 최근 주택시장 전반이 약세장에 머물러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가구수가 많은 아파트와 달리 소규모 단지나 독립 건물이 많아 정확한 시세가 형성되지 않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같은 이유로 빌라 시세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른바 갭투자를 하던 투자자들도 빌라에서 손을 떼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역의 빌라를 전세를 끼고 구입한 뒤 가격이 오르면 매도하는 형태로 돈을 벌었지만, 시세하락과 환금성이 떨어지면서 투자금 회수가 불확실해지자 고개를 돌리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시장침체로 수요가 크게 줄고 공급은 늘면서 신규 건축 단지들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미분양으로 남는 경우가 급증할 것을 우려한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입지가 좋지않은 곳의 경우 가격하락과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지속적인 공급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축주들 사이에서도 달라진 빌라시장 분위기에 빨리 털어버리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은평구 증산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아파트 전셋값이 비싸다보니 실수요 목적으로 연립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많았는데 요즘은 거래가 시들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건축주들 사이에서도 빌라 인허가 등 시장접근은 쉬운데 분양이 문제라고 하소연한다. 수익성이 낮더라도 서둘러 분양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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