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양 선사, SM상선-현대상선 투톱 체제…양사 운항 스타일 달라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한 SM상선이 8일 오후 부산항 북항에 입항해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SM상선이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아시아~미주 노선 운항을 재개하면서, SM상선과 현대상선이 국내 원양 해운업계를 양분하는 새로운 투톱 체제의 시대가 열렸다. 업계에서는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두 대형 국적선사가 운영하는 일부 노선이 겹치긴 하지만, 운항 스타일이나 전략이 달라 상호 경쟁 구도가 격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8일 SM상선은 한국~태국·베트남 노선(VTX)을 시작으로 첫 운항을 개시했다. 선박은 1300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사파이어호다. SM상선은 SM그룹이 지난달 17일 파산한 한진해운 아시아~미주 노선을 인수하며 만든 컨테이너 선사다. 이로써 국내 원양 선사는 제1원양 선사인 현대상선과 제2원양 선사인 SM상선으로 재편됐다.  


SM상선은 올해 총 12척 컨테이너선을 이용해 아시아·미주 지역 등 모두 9개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이날 한국~태국·베트남 노선을 시작으로 오는 12일 한국~베트남(하이퐁), 19일에는 중국~서인도, 내달 8일부터는 한국~일본, 내달 12일에는 한국~중국 노선에 속속 취항한다. SM상선의 주력이 될 미주 노선은 내달 20일부터 본격 운항할 예정이다.  

SM상선이 옛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미주 노선에 취항하면서, 현대상선과 북미 서안 노선에서 만나게 됐다. 현대상선은 내달 1일부터 발효되는 2M(머스크·MSC)과 전략적 협력(2M+H Strategic Cooperation)을 통해 미주 서안 항로를 확대한다. 지난 1월 현대상선은 파산한 한진해운 자산이었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20%를 인수한 바 있다. 현대상선 측은 현재 미주 서안에만 10개 이상의 노선을 갖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진해운 파산 후 SM그룹이 신설한 SM상선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글로벌 화주들이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내 해운 선사들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품은 데다, 그동안 벌크 선사인 대한해운만 운영해왔던 SM그룹의 컨테이너 선사 운영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진해운이 사라진 빈 자리를 남아 있는 현대상선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기존 현대상선과 신규 진출한 SM상선이 내세우는 운항 전략 자체가 달라 북미 노선에서 부딪히더라도 큰 경쟁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은 2M과의 전략적 협력으로 큰 배로 물건을 많이 싣는다는 전략이다. SM상선은 운용하는 배 크기도 작다. 작은 배로 빨리 가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며 “일부 화주가 겹칠 순 있겠지만, 현대상선과 SM상선 간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SM상선은 작은 배로 빠르게 움직이겠다는 전술을 쓸 것으로 알려졌다. SM상선은 부산신항에서 미국 롱비치터미널로 향하는 노선에 6500TEU급 중형 선박 5척을 투입한다. SM상선은 부산에서 롱비치까지 10일 만에 주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대부분 글로벌 선사들이 미주 서안을 거치기 때문에, 원양 선사라면 노선이 겹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거라면 더욱이 그렇다”라며 “현대상선은 기존에 운항해왔던 노선이고, 이미 물량 확보가 되어 있어서 큰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화주도 대부분 해외 화주들이기 때문에 선사 간 국내 경쟁이 될 수 없는 구조다. 한진해운이 있을 때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국내 경쟁 구조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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