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마찰에 선량한 국민들 골탕…확산되는 경제 피해 결국 외교로 풀어야

“사드가 들어오면 세금을 더 내야 할까?”


사드가 한국 땅에 들어온 7일, 한 중국인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지인은 사드 비용으로 국방비가 늘어나면 세금을 더 내야하냐고 물었다. 사드가 들어오는데 왜 중국 사람이 세금 걱정을 할까. 그녀는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대기업에 취직한 재원이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릴 계획이 있다.

그녀 뿐만이 아니다. 기자의 중국 지인들은 사드가 논란의 중심이 된 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중국신문과 한국신문을 번갈아 보고 있다. 이러다 밥줄이 끊기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한다. 이들은 한국 내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중국 내 한국 법인에서 일하거나 중국 내 한국 유관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근무한다. 중국에서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에서 중국어 교육사업을 하려고 온 사람도 있다.

이들은 어느날 갑자기 한국으로 건너 온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한국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남편이나 매형, 심지어 부모님 중 한 분이 한국 사람이다. 이제 와서 국적을 따지는게 별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한중 수교이후 이런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언론에는 한국기업들의 피해만 부각되고 있는 탓에 민간의 피해를 체감하기 어렵지만, 직접적인 불안은 밑에서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사드보복조치로 인한 불안은 ‘한국 사람’이 느끼는 불안함이라기보다 ‘한국 땅’에서 느끼는 불안이라고 보는 게 더 어울린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은 구한 말 청일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1894년 조선이 동학농민운동진압을 도와달라며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하자 일본도 톈진조약을 들먹이며 파병했다. 양국 군대는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한 후에도 철수하지 않다가 무력충돌해 급기야는 청일 전쟁이 발발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하자 조선에 대한 침략을 강화한다. 이후의 역사는 식민지배 35년이다.  

 

미중러일 사이에 끼인 한국은 어느 한 쪽이든 편을 들면 다른 쪽에서 더 큰 압박이 들어온다. 우수근 중국 동화대 교수는 7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매스컴들이 자꾸 사드문제에 대해 경제와 안보 프레임을 제시하는데 사드는 미·중 간의 대립"이라며 "한국이 거기에 말려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사드 장비 일부가 어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청일전쟁의 데자뷰를 느끼게 하는 지금, 한반도가 패권싸움의 각축장이 되기 전에 외교적 촉각을 곤두세울 때다. 산업부가 1주일 간격으로 비상TF를 하고 있다는데 나온 대책 중에 쓸 만한 건 하나도 없다. 결국 외교가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외교에서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되짚어보면 황교안 총리가 지난해 6월 방중해 시진핑을 만나 사드 배치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가 열흘 뒤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데서부터 양국 간 신뢰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사드배치냐 번복이냐를 따지기 전에, 내치에서 여러번 지적된 ‘불통’이 외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건 아닌지 물어야 할 때다. 사드보복조치로 인한 피해는 경제문제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소통의 외교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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