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선수금 10%로 당장 유동성 위기 해결 난망… 정부 지원 가부 예측도 까다로워

바른정당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8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관계자들과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스1

4월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대우조선해양이 유동성 확보에 열 올리고 있다. 사측은 41척 수주 잔량과 인도 지연된 해양플랜트 처리로도 유동성을 확보하겠단 방침이다. 건조 이후에야 대금 60~80%를 받을 수 있는 터라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발 유동성 지원 가능성도 여전히 미지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4월, 7월, 11월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당장 4월에만 채무 4400억원 상환해야 한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3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남은 돈 7000억원으로 4월 4400억원은 갚을 수 있지만, 7월 2000억원, 11월 3000억원 회사채를 상환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2일 대우조선해양은 유럽지역 선사와 17만3400㎥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2척 추가 계약 옵션이 포함돼 있다. 이는 본 계약 4144억원, 옵션까지 행사할 경우 약 8300억원대의 계약이 된다. 지난달 9일에는 미국 에너지회사인 엑셀러레이트 에너지와 LNG-FSRU(부유식 LNG 저장 재기화 설비) 7척 인도를 위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본 계약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수주로 가뭄상태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가 유동성 확보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 탓이다. 조선사는 선박 인도 단계에서 건조 대금의 60~80%를 받는 헤비테일(Heavy tail) 수주 방식을 채택한다. 회사는 배를 완성해야만 계약금 전부를 받을 수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주 계약 체결해도 선수금이 10%도 안 들어온다. 1차 선수금 가지고 유동성 얻겠다는 전략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 지원에서 유동성 개선 가능성을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는 1년 넘게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이 있다. 이를 소난골에 넘겨야만 1조원 가량의 잔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월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직원들이 1도크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다./사진=박견혜 기자

대우조선해양 한 관계자는 "소난골 드릴십 인도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수주 잔량 41척이 있다. 이를 모두 건조해 인도하고, 현재 인도 지연되고 있는 해양플랜트까지 다 넘기고 나면 약 23조원 정도가 들어온다. 이 돈이 들어올 때까지 회사에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 필요성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지원금을 풀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약 50%를 가진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당기순손실 약 3조원이 발생할 것이라 밝혔다. 산은은 손실 이유로 2016년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5조6000억원의 구조조정 비용을 지목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대한 정부 지원이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현재 나와있는 정부 지원에 대한 이야기들은 추정을 할 수 있던 내용이라기보단 개별 시나리오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쉽게 포기하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연구원은 "정부는 한때 5만명이 일하던 야드인 대우조선해양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구조조정해도 3만명 수준인데, 여기에 가족들까지 더해지면 파급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추가 지원을 결정할때, 최대한 외형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석용 해운거래센터 책임연구원은 "대부분 수주가 헤비테일이기 때문에 건조되고 나서야 대금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돈이 들어오진 않는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 현재 직면한 유동성 위기를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유동성 확보가 안된다면)자금 수혈이 필요한데, 인적 구조조정 없이 지금 인력 그대로 데려가는 형식이라면 정부발 자금 지원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정부 지원에 대한)가부(可否)를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그간 조선 시장에서 쌓아왔던 신뢰가 무너졌다. 회사 안정이 안되니 선주들은 불안해서 (대우조선에)발주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우조선 살릴 의지가 있다면 확실하게 지원을 해서 선주들의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 계속 대우조선해양 위기만 제기하고 명확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 정부 태도 탓에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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