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회복세까지 꺾이는 최악의 시나리오 우려

사드부지로 예정된 성주 롯데골프장. / 사진=뉴스1

중국의 사드보복조치에 따른 우려와는 달리 지난 4개월 간 한국 수출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한국경제에 끼인 먹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드 보복조치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내수가 지난해 2분기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어 사드보복조치 심화로 인해 수출회복세가 중단될 경우 내외수 복합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2월 수출입동향을 발표하면서 “수출회복세가 공고화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10월(-3.2%)이후 반등해 지난달 20.2%까지 치솟았다. 특히 수출대상 1위 국가인 중국의 경우 수출 증가율이 4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달에는 2010년 11월 이후 6년 3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인 28.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월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강경대응을 내부 정치문제 탓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임기 5년차에 접어들면서 권력누수를 막기위해 의도적으로 미국에 강수를 두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현 원장은 “경제 문제에 관한 한 중국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과 중국 경제는 본질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보완적 관계다. 정치와 경제를 따로 떼어서 봐야 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예측은 빗나갔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한국기업을 압박하는 한편, 사드보복을 외교적으로 풀려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모두 물리치고 있다. 롯데마트 영업정지, 한국 관광비자 제한조치, 한한령 등 중국 사드보복조치가 수출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김장수 한국대사의 면담요청은 수개월째 묵살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중국 내 롯데마트 9개 지점에 대해 소방 점검 불합격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단둥완다, 둥강, 샤오산, 창저우(2곳)에 이어 5일엔 중국 장쑤성을 중심으로 추가로 5개 점포가 영업정지로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마트는 중국에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보다는 2, 3선 도시를 중심으로 15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향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점포는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사드 보복조치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우려한다. 중국이 한국에서 중간재나 부품을 수입해 다시 수출하는 가공무역형 경제구조임을 고려하면 사드보복조치 영향이 더 번져나갈 수 있다. 특히 중국이 부품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시작하면 한류나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제조업 업체들도 보복을 당할 우려가 크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11월부터 중국 수출이 증가로 전환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면서 “사드보복조치를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놓고 보면 지금은 3단계 정도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중국 당국이 자유무역협정(WTO)과 자국 기업 피해 문제 등을 고려하느라 지켜봤던 것”이라면서 “중국이 가장 보복하기 쉬운 방법은 중국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롯데마트도 소방법 위반으로 영업정지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향후 사드보복조치가 중국 내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제조업 업체와 한중합작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사드보복 강도를 높여감에 따라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는 기업은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이라면서 “중국이 주로 한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이 중간재나 부품이다. 수입선을 한국에서 다른 국가로 점차 다변화하기 시작하면 이들 기업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내수가 지난해 2분기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내외수 복합불황에 빠질 수 있다. 현재는 수출이 호조인 가운데 내수가 하락하는 수출-내수 간 디커플링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선행지수와 동행지수는 상승하고 있다. 이는 수출 호조세에 기인한 바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수출 경기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문의 침체가 지속되는 수출-내수 간 경기 디커플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 상황이 완만하게 개선됨에 따라 그 영향이 수출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여전히 내수는 불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수출-내수 간 경기 디커플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 수출 경기 회복세 지속 여부에 따라 ‘경제 회복’과 ‘내외수 복합불황’의 두 국면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최근 대두되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 시장 침체 등의 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 경기가 냉각되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 불황에 빠지는 내외수 복합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수출회복세 지속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달려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 회복이 전체 수출경기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핵심 요인”이라면서 “한한령(限韓令)과 관련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한 통상 마찰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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