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문을 연 ‘게방식당’서 게장, 새우장, 전복장을 판다.

새로 문을 연 ‘게방식당’에서는 게장, 새우장, 전복장을 판다. 누구든 이곳을 멀리서 보면 커피를 파는 곳으로 오해한다. 예쁜 만큼 맛도 예쁠까? 날 좋은 때 가서 게장, 새우장, 전복장을 전부 주문했다. 순식간에 그릇을 몽땅 비워냈다. 

 

 

카페인가 싶었다. 멀리서 보아도 가까이서 보아도 영락없는 카페다. 벽, 테이블, 바닥 모두 군더더기 없이 하얗다. 천장에 대롱대롱 달린 조명은 자세히 뜯어보니 톰 딕슨 것이다.

 

 

새빨간 알사탕처럼 생긴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말랑말랑한 노래가 흐르고 키 크고 잘생긴 청년들이 접시를 나른다. 자리에 앉으면 커피가 나올 것 같은 이곳은 하지만 카페가 아니다. 게장, 새우장, 전복장을 판다. 보통 게장을 파는 식당 벽에는 일본어와 중국어로 쓴 못생긴 메뉴판이 덕지덕지 붙어 있지 않나?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주인을 보면 그 공간이 보인다고, 이곳은 사실 최근까지 패션 마케터로 종횡무진 활약한 방건혁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작심한 듯 화사하게 정돈한 인테리어에 대해 물으니 “패션 하는 사람은 식당도 남다르게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는 말이 돌아왔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 게방식당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수식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격이랄까?

 

 

방건혁 대표의 어머니는 과거 30년이 넘도록 게장 식당을 해온 사람으로, 게방식당에서 매일같이 게장을 포함해 새우장, 전복장을 만든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막 오픈한 식당답지 않게 ‘제대로’ 맛을 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쫀득한 살이 기분 좋게 씹히는 새우장, 먹기 좋게 저며 나오는 전복장도 좋지만 역시 메인은 간장게장이다.

 

게방식당에서는 알과 내장이 가득 찬 국내산 암꽃게만을 사용한다. 겨울철 총각무처럼 알이 실한 게딱지에 갓 지은 쌀밥을 슥슥 비벼 먹으면 숟가락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다.

 

 

간장 양념이 슴슴해서 손에 쥐고 쪽쪽 빨아 먹어도 짜지 않다. 격식, 체면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신나게 먹다 보면 어쩐지 술 한잔이 간절해진다. 프리미어 OB 생맥주 또는 일품진로를 잔술로 주문할 수 있다. 

 

맛이 만족스러웠다면 예쁜 유리병에 장을 한가득 담아 주는 포장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고, 시간을 쪼개 직접 방문할 시간이 없다면 띵동, 배달의 민족, 푸드플라이를 통해 배달 주문도 가능하다. 

 

물론 “제 얼굴 보러 오는 손님도 많아요”라고 시치미를 뚝 떼며 말하는 방건혁을 보기 위해 직접 식당으로 향해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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