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매각 노력에도 유동성 가뭄… 구조조정은 계속

지난 1월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직원들이 1도크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다./사진=박견혜 기자

4월 회사채 만기를 앞둔 대우조선해양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뭐든 팔고 보자' 식으로 자산 매각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진행 중인 매각 규모로는 내달 예정된 빚을 갚을만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세 번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과 구조조정을 두고 벌이는 노사 간 갈등을 해결하려면 유동성 확보가 절실하다.  


지난달 27일 대우조선해양은 회사가 갖고 있는 한국선박금융 35.29%를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공개입찰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은 2일까지 보유 중인 한국선박금융(KOMARF) 지분 인수의향서를 받고 3월말까지 실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한국선박금융은 2003년 대우조선해양이 STX와 함께 설립한 회사다. 한국선박금융은 선박 취득, 자금 차입, 취득 선박 관리 및 매각 등 선박 투자 관련 업무를 위탁 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국책으로 한국선박금융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 4월, 7월, 11월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당장 다음 달 21일에 4400억원 규모 채무를 갚아야 한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 투입을 결정하고 지난해 3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가진 유동성 규모는 7000억원이다. 남은 돈으로 다음 달 상환액은 충당할 수 있지만 7월 2000억원, 11월 3000억원 상환액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선박금융 지분이 매각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이 충분한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 중인 한국선박금융 지분 가치는 100억원 수준이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갚아야 할 9400억원 규모 빚을 갚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 매각으로 대우조선이 얻을 수 있는 돈이) 100억원을 넘고 안 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구안의 일종으로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 있다"며 "본사와 마곡 R&D(연구개발) 센터 부지도 내놨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팔아도 부채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2조원 충당금도 필요해진 상황이다. 현재 대우조선은 '일단 팔고 보자' 라는 의지로 적은 금액이라도 확보하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우조선해양 역시 구조조정 문제 해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유동성 확보책의 일환으로 인적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만 1만명이 넘는 직원을 내보냈다. 한때 5만명이 일했던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는 현재 3만8000여명만 남았다. 앞으로 정규직 2500명, 비정규직 9000명을 추가로 줄인다. 정규직은 2020년까지 7000명만 남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가 한국선박금융 지분 매각 건은)당초 인적 물적 자구 계획안에 없던 내용이라 노조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라며 "노조 측에서도 이번 매각이 구조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모른다. 내부적으로 즉각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난골 드릴십 인도 협상이나, 매출채권 유동화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유동성 확보를 위한)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사실상 자구계획 이행으로도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지원도 이뤄지지 않으면 구조조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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