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와 생활 묘하게 몸을 섞은 책

눈 가린 경주마처럼 앞으로 달리기만 하라는 자기 계발서에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이미 어른이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생활의 아주 작은 지점을 파고드는 소소한 생활서일지도 모른다. 굳이 알 필요 없는 일상의 요령, 집요한 탐구생활, 생활을 키워드로 푼 글과 그림... 여기 활자와 생활이 묘하게 몸을 섞은 책 열일곱 권이 있다.

 

 

1. 산책자의 행복(이효석문학상 수상 작품집)
조해진 외 7명 | 생각정거장
슬프지만, 혐오도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제17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수상작인 김사과의 <카

 

 

2.  H.O.1

이일주 | 신도시
<산책자의 행복>과 같이 펼치면 좋다. 혐오를 주제로 완성한 드로잉 작품 15편을 싣고 있다.

 

3. 근로기준법

스튜디오 선데이 | 도그북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어제와 똑같은 크기와 질량의 일과가 주어진다. 이른바 직장 생활. 책은 근로기준법을 군더더기 없이 묶었다. 근로하며 생기는 소소한 고민까지 단번에 해결 가능하다.

레가 있는 책상>은 고시원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을 통해 이 시대 혐오 범죄의 시원을 진단한다. 주제가 무거울지언정 김사과 특유의 키득키득 남몰래 웃음 짓게 만드는 문장은 여전하다.

 

 

4. 연필 깎기의 정석 

데이비드 리스 | 프로파간다
이 책은 진지하다. 저자는 시종일관 완결무결하게 연필 깎는 법을 고뇌한다. 근본 없는 진지함에 웃음이 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은근히 감화된다.

 

5.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 갈매나무
일상이 지루하면 그 틈을 비집고 생뚱맞은 공상이 찾아온다. 이를테면 책의 제목과 같은. 책은 충돌을 키워드로 천문학과 물리학의 다양한 현상 및 체계를 설명한다.

 

6. 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 따비
맥주와 더불어 비로소 금요일 밤의 풍경을 완성하는 치킨의 역사를 조명한다.

 

7. 힙한 생활 혁명 

사쿠마 유미코 | 하루
‘힙스터’가 주체가 되어 미국에서 일으킨 생활 혁명에 대한 보고서. 힙스터들과의 대담을 통해 읽는 이를 혁명의 파도로 데려간다.

 

8. BOOK TOOLS

김진섭 | 안그라픽스
저자는 누구도 돌보지 않은 외진 골목에서 먼지를 먹어가며 찾은 33종류, 2백89가지의 책 만드는 도구들을 소개한다. 1천2백16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차지하는 건 오로지 도구 사진들뿐이다.

 

9. 매거진 파노라마 5호 

매거진 파노라마
서울 지번 버스 2016번을 타고 여행한 건축 일지. 중랑구를 시작으로 용산구 효창동까지 곳곳에 뿌리 내린 건축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0. 털보고서 

양말뱀

수염, 다리털, 머리카락 등 각종 털(심지어 음모까지!)의 종류와 관리법을 파헤친 은밀한 보고서.

 

11. 방귀의 예술 

피에르 토마 니콜라 위트로 | 유유
‘부르주아 여성의 방귀’ ‘시골 아낙의 방귀’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방귀에 대한 박물적 기록.

 

12. 요령 있게 삽시다 

 

댄 마셜 | 미메시스

‘비상금 숨겨 두기’ ‘식당에서 케첩 많이 담기’ 등 저자가 살아가며 얻은 사소한 일상의 요령을 엮은 책.

 

13. 느낌을 팝니다 

 

우에노 지즈코 | 마음산책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가 발견한 ‘일인 생활법’이라는 삶의 방정식.

 

14. 소소한 사건들

 

롤랑 바르트 | 포토넷
20세기 후반 가장 탁월한 프랑스 지성, 롤랑 바르트가 모로코를 여행하며 스냅사진 찍듯 써내려간 글 조각들.

 

15. 문구의 모험 

 

제임스 워드 | 어크로스
책상 위를 뒹구는 문구들의 연대기.

 

16. 권태 

이상 | 범우사
‘나는 이 대소 없는 암흑 가운데 누워서 숨 쉴 것도, 어루만질 것도, 또 욕심나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생활이 권태 속으로 침잠하는 순간, 이상의 <권태>를 꺼내 든다. 더욱 농도 짙은 권태의 늪으로 빠져든다.

 

17. 경상도 사투리 학습서 

 

신명수 | 사소한스튜디오
8장에 걸쳐 총 40개의 경상도 사투리 표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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