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 재미본 한국기업 타격
“우리나라는 볼펜심도 만들지 못 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질책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올해 1월, 중국 타이위안(太原)강철은 볼펜 볼에 쓰이는 스테인리스강선 독자 생산에 성공한다. 중국이 중간재 국산화에 성공한 대표 사례다.
중국이 자국산 부품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에 일본에서 핵심 부품을, 한국이 중간재를, 중국에서 최종 조립하는 동북아시아 무역 사이클이 와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중간재나 핵심부품 자국조달 비중을 늘려온 탓이다. 중간재를 중국에 주로 수출하는 국내 산업에도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7일 펴낸 ‘동북아 서플라이체인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중국의 중간재 수요에서 자국산 투입비중은 2000년 62.8%에서 2014년 67.2%로 증가했다.
중국 전체 수입 중 가공무역 비중은 2011년 30% 아래로 떨어진 뒤 2014년 26.8%, 2016년 11월 기준 25%로 감소했다. 중국 수출 가공무역 비중도 2011년 44%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33.4%로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일반무역 수입 비중은 57%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중간재, 반제품 수입을 줄였다는 의미다.
정환후 KOTRA 중국사업단 조사관은 “중국 수출에서 가공무역 비중이 감소했지만 일반무역 비중은 증가세다”며 “중국 수출에서 가공무역의 비중이 줄어들고 일반무역 비중이 확대된 건 가공무역용 원부자재 수입수요 감소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가공무역 가치사슬을 중국내륙으로 확산시키는 정책을 강화해왔다. 중국은 가공무역 금지품목을 2004년 341개에서 2015년 1862개로 늘려왔다. 가공무역 금지란 가공무역 수출 부가세 환급 우대, 관세면제 등 혜택을 폐지하고 일반무역형태 거래로만 허용하는 조치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형태 대부분은 가공무역이다. 가공무역은 최종 상품 조립, 생산을 위해 원부자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가 지난 15일 펴낸 ‘2016년 대중 수출평가와 2017년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 중 가공무역 비중은 2016년 상반기 기준 45.5%다. 2015년 49.6%에서 4.1%p 감소했다.
이에 중간재 위주 대중 수출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천용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자국산 중간재 투입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는 ‘탈 수입산화’가 진행됐다”며 “한국은 R&D와 기술혁신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하고 소재부품 산업 기술을 육성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