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측 “부채비율 줄어 회사 수익구조 개선”…울산·노조 “지역경제 파탄·세습경영 강화” 반대입장 천명

현대중공업이 27일 임시 주총에서 사업 분할 안건을 처리한다. 사진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조선소. / 사진=박성의 기자

현대중공업 분사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현대중공업이 2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업분할 안건을 가결시킨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분사하면 지역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며 노조와 지역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측은 분사를 하게 되면 존속 현대중공업은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며 분할계획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분사를 둔 노사, 지역계 사이 입장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임시 주총 이후에도 분사를 둔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숫자로는 분명 이익자문사·증권가 사측에 한표

 

현대중공업은 27일 임시 주총을 통해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두고 기존 존속법인 현대중공업과 비조선 부문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현대로보틱스(로봇) 등을 각 독립법인으로 신설한다.

 

사측이 회사 쪼개기에 혈안이 된 이유는 조선업 불황 탓이다.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은 지난 10년 간 현대중공업의 캐시 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였다. 그러나 최근 2년 새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실적이 급감했고, 조선 부문 역시 물동량 감소로 수주에 애를 먹고 있다. 이 탓에 현대중공업은 2014년과 2015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 조선부문 수익이 현대중공업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상승과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 8000억여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내 조선 계열 3사 영업이익(7100억여원)을 앞지른 것이다. 이 덕에 현대중공업은 불황 속에서도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다.

 

사측은 조선·해양에 의존한 사업구조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역시 분할시 지배구조가 한층 투명해 질 수 있다며 사업분할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분할한다면 34000억원의 차입금 감소와 21000억원의 순차입금 감소가 이뤄진다부채비율이 줄어 동종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비율을 유지하게 된다면 조선시장 회복 시 최고 수혜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숫자로만 판단할 일 아냐경제 파탄 우려에 침통한 울산

 

현대중공업 사업분할에 노조와 지자체는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 사업장이 위치한 울산시가 지역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서비스 부문과 로봇사업부, 그린에너지 등은 부산이나 대구, 충청북도 음성으로 이전을 완료하거나 이전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사업분할이 완료되면 울산에 위치했던 전기전자·건설장비 사업부와 통합 연구개발(R&D) 센터 역시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민들은 과거 정부과천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과천시에서 발생했던 지역상권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2012년 과천시는 14개 정부 기관이 세종시로 옮겨가면서 인근 재래시장 및 식당가, 부동산 등이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울산 동구 방어진 인근에서 6년째 택시를 운영 중이라는 함진모(43)씨는 울산하면 현대중공업이고, 현대중공업하면 울산이었다. 지역의 상징 같았던 회사라며 아무리 경영이 어려워도 지역민들 얘기는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지역 경제활동 인구가 줄면 당장 하루 매상이 반 이상은 줄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0일 김기현 울산시장은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을 만나 연구개발 인력을 울산에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동구주민대책위원회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한 해 22300여 명이 현대중공업을 떠났다원룸이 텅 비고 자영업자의 매출이 30~50정도 감소했다며 분사 철회를 촉구했다.

 

분사, 세습경영 목적 아니냐노조 전면투쟁 예고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분사를 강행하는 이유가 정몽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목적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자사주가 새로 설립하는 지주사 현대로보틱스로 이관돼 자사주 비율만큼 신주를 배정받으면 그만큼 주주 지배력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2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사의 진정한 목적은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재벌총수의 지배권을 강화하고 재벌 3세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려는 것"이라며 "분사를 통해 노조의 힘을 약화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훈(울산 동구) 의원도 분사로 자사주 의결권이 되살아나면서 최대주주인 정몽준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높이고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현대중공업 사업분할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27일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몽준 대주주) 등 개인 간 주식 이동이 없으며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사업이 분리되면 각 회사가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전문성이 강화되면 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업분할 승인건을 처리하는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는 27일 오전 10시경 울산 한마음회관에서 시작됐지만, 정회를 거듭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결국 이날 사업분할이 가결됨에 따라 노조는 향후 전면파업 등의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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