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코팅한 과자 본따 더운 날씨에 녹지 않는 초콜릿 개발…2차 대전서 군납으로 대박

CEO의 자질 중 하나는 관찰력이 아닐까 싶다. 사소한 특징도 흘려버리지 않는 관찰력에서 앞날을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통찰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포레스트 마스(Forrest Mars).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듯 싶은데 한 세대 전 사람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일 것 같다. 하지만 새알 초콜릿이라는 별칭의 m&m’s 초콜릿 브랜드는 대부분 알고 있을 텐데 바로 이 초콜릿을 만든 사람이다. 


무심코 먹는 새알 초콜릿이지만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관찰과 통찰, 예지의 결과물인데다 위기도 관점을 바꿔서 보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포레스트는 초콜릿 회사를 경영하던 부친과 갈등을 빚고 독자적 사업기회를 찾아 미국에서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이 새알 초콜릿이다.


새알 초콜릿의 특징은 날씨가 더워도 녹지 않는다는 것이다. 옛날 초콜릿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1930년대 말까지만 해도 초콜릿은 제철 과일이나 채소처럼 계절상품이었다. 여름에는 팔리지 않았는데 냉방시설이 없었기에 더운 날이면 초콜릿이 줄줄 녹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에서는 녹지만 손에서는 녹지 않는 초콜릿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포레스트 마스가 스페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내전 중이던 스페인에서 사람들이 딱딱한 설탕을 코팅한 작은 구슬 모양의 과자를 먹는 모습을 보고 초콜릿에 사탕을 입히는 사업화를 구상했다.


1940년 전후는 세상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말려 들 때였다. 모두가 전쟁을 이야기할 때 포레스트 마스는 시장을 관찰했다. 전쟁이 확대되면 조만간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와 설탕이 품귀 현상을 빚을 것이라 예측했다. 이 경우 설탕으로 코팅해 녹지 않는 초콜릿을 만들려면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해 파트너를 찾았다. 이때 손잡은 사람이 허쉬 초콜릿 경영자의 아들인 부르스 머리(Bruce Murrie)였다. m&m’s는 마스와 머리 두 사람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든 브랜드로 1941년 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인류에게는 불행이었지만 포레스트 마스에게는 기회였다. 입에서는 녹지만 손에서는 녹지 않는 새알 초콜릿은 다른 여러 초콜릿 업체를 물리치고 군납 품목으로 지정했다. 초콜릿 표면을 사탕처럼 코팅했기에 태평양처럼 날씨가 무더운 곳에서도 녹지 않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곧 새알 초콜릿을 당시 야전 전투식량이었던 C-레이션 메뉴에도 포함시켰다.
 

군납업체 지정은 단순히 공급물량 확보 차원을 뛰어넘는 대박의 사업기회가 됐다. 군납업체만 원료인 설탕을 공급 받을 수 있었기에 실질적인 독점권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생산한 새알 초콜릿은 모두 군용으로 납품했다. 하지만 포레스트 마스는 새알 초콜릿을 사먹을 수조차 없는 민간인을 대상으로도 광고를 내보냈다.
 

“m&m 초콜릿은 100% 전선에 보내집니다.”


애국심을 고취하는 광고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을 길게 보는 안목의 광고였다. 민간인들도 광고를 통해 익숙했기에 전쟁이 끝나자마자 마스는 바로 새알 초콜릿을 일반인에게도 판매할 수 있었고 전후 세계 최대의 제과업체가 됐다. CEO의 관찰과 관점을 바꾸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안목이 만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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