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와해 위기 직전…쇄신안도 함께 마련해 놓고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에 휘말린 가장 큰 책임이 이승철 부회장에게 있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그는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걷어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승철 부회장은 국민들 앞에 뻔뻔하게 거짓말을 해 조직을 전경련을 욕먹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조사에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청와대와 관계없이 기업들의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가 2달 후 청문회에선 청와대 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자신의 발언이 온 국민에게 생중계됨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 것은 결국 국민들을 우습게 본 것이다.

 

그런 그가 조직에서 물러난다. 그런데 챙겨갈 퇴직금이 2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내부 규정에 따라 그대로 계산한 결과가 그렇다. 여기에 가산금까지 붙어 20억 원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개인정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

 

90% 이상의 전경련 직원들은 최순실의 존재조차 모르고 묵묵히 자기 일만 하고 살았다. 그런데 이들은 불확실한 조직 존폐 여부 때문에 당장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승철 부회장이 국회에 나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하고 있을 당시 한 전경련 직원은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며 주변에 걱정을 털어놨다. 그런데 정작 이 사태를 주도한 이승철 부회장은 20억 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하니 직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 재밌는 것은 그가 지금 전경련이 내놓겠다고 하는 쇄신안 마련 작업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본인의 행동 때문에 벌어진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자신이 내놓는 것이 과연 이치에 맞는 일일까. 나오기도 전에 실효성 논란만 일으키는 이 쇄신안으로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이 빠진 전경련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부 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받는 건 본인의 당연한 권리다. 다만 직원들에 대한 사죄 의미로 그 자금 중 일부라도 오늘내일 하는 조직에 쾌척하고 간다면 후배들은 적어도 그가 전경련을 자신의 조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할 것이다

 

반면 그저 전경련을 월급 받는 곳으로만 여겼다면 아마 퇴직금을 그대로 싸들고 집으로 갈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퇴직금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에 분명한 손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이승철 부회장은 기어이 20억 원을 챙겨 집으로 갈까. 전경련은 결국 후임 회장을 못 구해 허창수 회장이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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