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노조위원장 독단 합의 인정 못해…성과차등율 축소 등 사측 거부시 투쟁 불사"

한형구 예보 8대 노조위원장. 한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이 노조원 의견에 반해 독단으로 사측과 합의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되돌리겠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이준영 기자

지난해 예금보험공사는 금융공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 확대안을 도입했다. 뒷말이 무성했다. 노조원 의견에 반해 전임 예보 노조위원장이 독단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전임 위원장과 곽범국 예보 사장이 성과연봉제에 합의하기 이틀전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62.7%로 예금보험공사 내 성과주의 도입이 부결됐다. 그럼에도 이런 합의를 한 것에 당시 예보 노조원들의 불만이 컸다. 조합원 의견에 반해 독단으로 성과주의 도입을 합의해 노조원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해임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예보는 올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안이 적용돼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

예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금융 공공기관 노조위원장들은 사측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했다. 나머지 금융 공공기관은 이사회를 강행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전임 노조위원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 자리를 한형구 노조위원장이 맡았다. 예보 8대 노조위원장이다. 한형구 위원장은 예보 2·3대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한 위원장은 전 노조위원장이 독단으로 합의한 성과연봉제를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임 노조위원장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사측과 합의한 계약은 법적으로 무효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떻게 되돌리겠다는 것일까. 한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나.

그렇다. 예금보험공사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금융안전망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예보는 예금자의 예금을 보호하고 금융사 부실을 사전 예방해야 한다. 따라서 예보는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과 상급자로부터의 독립성을 저해한다. 성과연봉제는 위에서 부당한 지시, 정책이 내려와도 이를 거부하기 어렵게 만든다.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내 평가가 상급자에게 달렸고 예보 평가는 정부에 달렸기 때문이다.

전임 노조위원장이 이미 성과연봉제 도입에 사측과 합의했다.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이미 합의된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것이다. 전임 위원장의 독단 행동이었지만 경영진과의 성과연봉제 합의를 법적으로 무효화하기는 어렵다. 우선 이미 합의한 성과연봉제 확대안에 대해 노조원과 경영진과의 간극을 줄일 것이다. 성과급여 비율과 성과차등율을 기존 30%에서 최소한 정부지침이나 유관기관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진과의 협상 또는 투쟁에 나서겠다. 동시에 금융공공성강화투쟁위원(공투위)와 연대해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포기하도록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 공투위는 금융공공업종본부 안에 만들어진 특별위원회다. 금융공공업종본부는 지난 2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안에 신설됐다. 예보는 현재 상급 단체에 가입돼 있지 않다. 조합원 총의에 따른다는 전제 하에 금융공공업종본부에 가입해 함께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재검토가 어렵지 않나.

경영진들은 임명직이기에 활동의 제약이 있지만 이들과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 실패한 성과연봉제를 금융공공기관에 성급히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부분에서 공감대를 이룰수 있다고 본다. 노조위원장은 노조원들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다. 노조원들이 경영진에게 차마 하기 어려운 얘기를 내가 전해야 한다. 임기는 3년이지만 2018년 2월 이전에 재신임을 다시 받겠다. 그만큼 노조원들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성과연봉제 비율 축소에 대해 경영진과 협의해 봤나.

경영진에게 성과급여 비율과 성과차등율을 기존 30%에서 최소한 정부 지침이나 유관기관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이미 얘기했으나 답이 없는 상황이다. 다음달 노사협의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경영진과 구체적 내용을 진행하겠다.

현재 예보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 분위기는 어떠한가.

공공 부문은 공익적 목표를 추구하기에 획일적 잣대로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다. 성과의 객관적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평가는 전적으로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한 눈치 보기, 비위 맞추기, 줄서기 등의 부적절한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예보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성과연봉제 재검토 외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예보의 교차 검사 권리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이 독점한 금융사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 예보는 금융안전망의 한 축이다. 금감원이 금융사 감독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수 많은 금융사를 금감원 혼자 감독하긴 어렵다. 사각지대가 있다. 이를 예보가 교차 검사해야 한다. 예보가 독자적으로 금융사를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상호금융부문 부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호금융을 포함한 통합예금보험기구로 예보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성과연봉제 축소 및 폐지, 예보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해 경영진과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투쟁할 부분은 투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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