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부 과제 산적한 상황에 자칫 리더십 손상 우려해

지난해 12월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손경식 CJ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대외적 압박이 거세지면서 CJ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전경련 회장은 차기 정권과 각을 세우고 조직 해체를 막기 위해 온 몸으로 싸워야 하는 사실상 바람막이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라도 그룹 내부 역할에 집중하길 바라는 것이 CJ 직원들의 마음이다.

전경련은 24일 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결정해야 한다. 이때까지 마땅한 회장을 세우지 못하면 해체 수순이 불가피하다. 사실 회장을 세운다 하더라도 해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정경유착의 상징처럼 돼 버렸고 주요 기업들이 다 빠져버린 상황이어서 말 그대로 사면초과다.

이 같은 상황에 재계에선 손경식 회장이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손경식 회장이 나서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전경련을 중심으로 그를 추대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CJ계열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작 직원들은 이 같은 움직임 자체에 대해 불편해 하는 분위기다. 차기 전경련 회장은 결국 산적해 있는 과제를 처리해야 하는 자리인데다, CJ 내부 상황부터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J 계열사 한 인사는 “현재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모두 아직 건강 문제로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에 손경식 회장의 역할 및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과거 상공회의소 자리를 맡았었다고 하지만 지금 전경련 상황이 그 때와는 너무 다른데 가서 고생하시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 자리를 맡게 되면 향후 정치권과 마찰이 불가피하다. 현재 정치권은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핵심 창구로 드러난 만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권이 바뀌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공산이 크다. 

 

경제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전경련 해체와 관련, 대선주자들과 각 정당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문재인‧이재명 안철수‧손학규‧남경필‧심상정 등 6명이 즉각 해체해야 한다 답했고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전경련 관련자의 사법처리가 우선이라고 답했다. 유승민 의원은 아직 후보가 아니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정당별로 봐도 바른정당만 답변을 피하고 자유한국당조차 조건부 해체를 이야기할 만큼 전경련 해체와 관련해 정치권은 사실상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전경련 회장 후보 중 유독 그가 주목되는 이유는 여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전경련이 손경식 회장을 고려하는 이유는 사실상 향후 방패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는 점, 청문회 때 일명 ‘사이다 발언’으로 대외적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는 점도 그가 가진 장점이다. 

 

 

한편 전경련 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23일 오후 3시 20분 까지 차기 회장 후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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