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위축→메모리 가격 상승…전문가들, 호황기 3년 예상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반도체 업계 활황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선도하는 특정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억제되면 오히려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는 업계 특성 때문으로 후발업체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난 반도체 시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부문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D램 매출 규모는 전 분기보다 18.2% 증가했다. PC 및 모바일, 서버 등 사실상 전 부문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낸드 시장 성장세는 D램을 뛰어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362억2800만 달러 규모였던 낸드시장은 올해 416억 달러, 내년 424억 달러까지 성장하다 2019년엔 D램 시장규모마저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낸드가 시장 승패를 좌우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해당 산업에 미칠 여파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상 기우에 불과하단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오히려 대규모 투자가 힘들게 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총수 구속으로 기존 계획을 넘어서는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고 이에 따라 (시장에 과잉공급 가능성이 낮아져) 반도체 가격 상승시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잉공급이 곧 불황의 시작인 반도체 업계 특성상 시장 선도 기업이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못한다는 것이 꼭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란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혜를 볼 곳은 삼성전자보단 경쟁사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세계 1위 삼성전자 투자가 주춤한 사이 경쟁사들이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며 “다만 우리 기업인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에게 까지 기회가 생겼다는 것은 경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청주공장 증설 등 생산설비에 7조원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낸드 시장 점유율 2위 도시바가 흔들리면서 투자가 사실상 멈춘 상태가 됐다는 점도 나머지 업체에겐 기회가 된다.

◇ 반도체 시장 업황 주기, 과거보다 짧아져

현재의 반도체 업계 활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갖가지 전망이 난무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업계는 호황과 불황을 번갈아가며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과거보다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분석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힘을 얻고 있는 중론은 3년이다. 국내 반도체업계 한 임원급 인사는 “예전엔 올림픽 사이클과 유사하게 4~5년 정도가 업황 주기였다면 이제는 2~3년 주기로 짧아졌고 호황과 불황 때 차이가 많이 줄어들어 안정화 됐다”며 “과거엔 20개 업체들이 메모리 부문에서 치킨게임을 벌였지만 이젠 3~4개로 업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기현 상무는 “일단 2년 정도는 지금과 같은 호황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3년 째 접어들면서부터 조금씩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고용량 반도체를 요하는 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향후 반도체 시장 허니문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은 기존의 틀을 깨는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한 단계씩 크게 성장해왔다. 본격적으로 4차 산업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 스마트폰 첫 등장 때와 같이 반도체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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