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 받아 여행하고 제품 사용기 SNS 올려…"돈 많이 벌고 생활도 자유로워 행복"

자기 일상이나 뷰티·패션 정보를 소개하는 왕홍(网红)이 중국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왕(网)은 인터넷, 홍(红)은 뜨거운 인기라는 뜻이다. 왕홍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다수의 팔로워를 거느고 있다. 팔로워들이 많다보니 한국 기업들은 자사 제품이나 시설을 홍보하기 위해 비행기표, 숙박, 여행경비를 모두 지불하며 ‘왕홍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기자는 20일 한국을 방문한 왕홍 30명 중 10여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편집자주]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22세 대학생이다. 2년 전부터 웨이보(중국의 SNS)를 통해 화장품과 일상에 대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팔로워가 많지 않았다. 꾸준히 글을 게시하다보니 어느새 팔로워가 80만명까지 불어났다.

팔로워가 늘어나니 나에 대한 대우도 달라졌다. 국내·외 기업에선 자사 제품을 써보고 글을 올려달라는 문의가 쇄도한다. 오늘은 한국 기업 초청을 받아 방한했다. 물론 비행기표, 숙박비, 식대를 주최 측이 제공한다.

각종 협찬과 초대는 언제 받아도 행복하다. 대접받는 왕홍의 삶은 여자라면 거부할 수 없을 듯하다. 다른 왕홍 중 한 명은 이런 협찬을 많이 받다보니 이제 기쁘다거나 특별할 것 없이 무감각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지난해 4번이나 한국 기업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적 있다. 화장품 회사, 면세점 등이 진행한 행사였다. 어느 행사를 가든 할 일은 비슷하다. 제품이나 내부 시설 사진을 찍고 SNS에 게시하거나 주최 측이 원하는 행사를 생중계한다. 

 

뷰티클래스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는 왕홍. / 사진=권태현 기자

오늘은 화장품 업체가 제공한 뷰티클래스에 참석해 제품을 발라보고 제품 사진을 SNS에 올린다. 실내 일정이 끝나면 명동과 홍대에 있는 매장도 방문한다. 모든 일정에는 SNS 사진 게시나 현장 생중계가 필수다. 댓글이 많이 달리는 왕홍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행사 직전부터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뷰티클래스 문 앞에는 제품의 광고모델 등신대와 제품 사진 판넬이 있었다. 나는 사진이 잘 나오는 포즈를 생각하며 다리를 살짝 꼬거나 구부리며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사진찍기 달인인 왕홍들은 얼굴과 전신이 예쁘게 나오는 포즈를 터득하고 있다.

뷰티클래스에는 업체가 제공한 제품이 각 테이블마다 가득 놓여 있다. 왕홍들은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제품을 발라보고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해야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활동을 생중계해 팬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휴대전화, 셀카봉, 삼각대, 이어폰, 보조배터리. 준비물을 다 꺼내면 휴대전화를 책상에 고정시키고 양팔은 자유롭게 현장 중계를 시작한다. 제품을 손등, 얼굴에 바르면서 팔로워에게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옆에 앉은 왕홍도 생중계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 한눈에도 고급으로 보이는 카메라를 꺼내는 그녀. 카메라 가격은 160만원이라고 한다.

뷰티클래스가 끝났다. 화장품 업체에선 우리를 위한 화장품 선물을 한 보따리 안겨준다. 제품을 써보고 제품이 좋다고 생각되면 SNS에 올릴 생각이다. 협찬 제품이라고 모두 SNS에 올리지 않는다. 써보고 좋은 제품이라고 판단되면 팬들에게 소개한다. 가격과 효능에 대해 솔직하게 후기를 작성한다. 많은 왕홍들이 솔직한 후기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간혹 기업이 요구하는 멘트가 있으면 언급하기도 한다. 

한국 화장품 기업에서도 협찬이 들어온 적이 많다. 거의 모든 한국 화장품 브랜드에서 제품 협찬을 받았다. 회사는 다양한 라인업의 제품을 제공하고 이 중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SNS에 글을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화장품에 대한 글을 올리면 팬들의 반응이 바로 온다. 제품은 어디서 샀는지 지인에게 화장품 선물을 하고 싶은데 추천해줄만한 제품이 있는지 등등 다양한 것을 물어본다. 구매를 대행하는 왕홍도 있다고 한다.

 

SNS에 올릴 제품사진을 찍는 왕홍의 모습. / 사진=권태현 기자

뷰티클래스에서 한 층 내려오니 분홍색 소파가 가득한 공간에 화장품이 잔뜩 놓여있다. 약 30분 동안 제품을 찍고 SNS에 올리는 시간이 주어진다. 간식으로 제공한 마카롱과 음료수도 왕홍들에게는 사진을 위한 소품이 된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왕홍들이 30명이나 모여있다보니 기존에 짜여진 일정보다 1시간씩 일정이 연기됐다.

“12번 왕홍 ㅇㅇ님”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주최측에선 아까 생중계한 영상의 링크를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실시간 접속자수가 몇 명이나 됐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화장품 가게에서 실시간 중계를 진행하는 왕홍. / 사진=정윤형 기자

다음 일정은 홍대에 있는 화장품 매장 방문이다. 해당 화장품 회사에선 왕홍들을 위해 특별히 제품을 30~40%할인해서 판매한다. 나는 홍삼과 콜라겐 제품 29만원어치를 구매했다. 29만원어치를 사도 할인을 받아 총 12만원만 결제했다. 할인까지 받았는데 제품을 산 왕홍에게는 마스크팩과 초콜릿도 선물로 준다.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꾸준하게 글을 올리다보니 나는 어느새 왕홍이라 불리고 있다. 직장인보다 많은 돈을 벌며 생활도 자유로운 왕홍의 삶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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