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부패평가 최하위 등급…시장 관리 엉망인데 고임금만 챙겨

한국거래소가 최근 국민권익위의 2016년 공직유관단체 부패방지 시책 평가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그들의 청렴 의식이 몸으로 때워 먹고 사는 사람들 수준이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당연한 결과다. 투자자 이익을 지켜야할 거래소가 자기 주머니 불리는 쪽으로 시장을 운영해 왔으니 말이다. 거래소에 신의 직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반 직장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연봉을 받다보니 감각이 무뎌졌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축소해 공시한 임직원 연봉조차도 일반 직장인들에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거래소는 2016년 직원 평균연봉이 상여금과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1억870만1000원이라고 밝혔다. 이사장과 이사들의 경우는 2017년이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다 됐는데 지금까지 2016년 기본급만 각각 1억9135만원과 1억5308만원으로 올려놨다. 임원의 성과급은 별도로 나간다. 성과급을 포함한 2015년 이사장 연봉은 2억5656만원이다. 물론 업무추진비와 경조사비는 따로 지급한다.

◇감사보고서 급여 경영공시보다 많아

그런데 사실 2015년 연봉조차 적게 발표한 것 같다.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급여총액과 아귀가 맞지 않는다. 2015년 말 거래소 임직원은 788명이다. 직원 761명에 임원 27명이다. 그 중 비상임 이사 8명, 기타 임원이 12명이다.


2015년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급여 906억6789만에 복리후생비 49억211만원을 더하면 955억7000만원이 나온다. 거래소가 밝힌 평균연봉에 직원수를 곱하면 813억7144만이니 차액은 128억4854만원이다. 그런데 거래소가 밝힌 임원 연봉 총액은 그 절반도 안 된다. 임직원 평균연봉이 실제보다 축소 공시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되는 이유다.
 

사실 거래소 이사장 연봉은 2008년에 이미 8억 원에 육박했다. 이후 비판이 쇄도하자 거래소는 매년 임원 연봉을 엄청난 규모로 삭감했다고 발표했다. 공개한 대로라면 지금 이사장 연봉은 8년 전의 3분의 1도 안 된다. 그러나 감사보고서 수치는 이면에 다른 주머니가 있음을 짐작케 한다.

◇수수료 챙기려 불량상품 늘어놔

문제는 거래소 임직원이 실제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다. 그들이 신도 부러워할 연봉을 챙기기 위해 투자자 이익을 침해하는 사업을 밥 먹듯이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 말로 표현되는 선물옵션시장이 그 중 하나다. 하극상 또는 주객전도란 말이 맞을 만큼 증시를 흔들어 일반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기 때문이다.
 

파생상품 시장이 지나치게 비대해 수시로 현물시장을 흔드는 이상현상은 유독 한국증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장난을 칠 수 있도록 방치해서다. 비판이 쇄도하자 당국이 거래세를 도입하는 등 규제에 나섰지만 아직도 파생상품 계약금액이 현물 거래액의 2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아직도 선물옵션 만기일이면 주가가 출렁이곤 한다.

◇잘못 만든 코스피 여전히 고수


거래소가 잘못 태어난 코스피를 버리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전체 상장종목을 아우르는 코스피는 부실기업까지 포함하고 있기에 투자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량기업만 뽑은 S&P500이나 다우지수는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자산이 불어나는데 코스피를 따라가면 망하는 기업의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코스피를 한국증시 대표지수로 고수하다보니 자산운용사들은 이를 벤치마크로 삼을 수밖에 없다. 국내펀드의 성과가 엉망인 숨겨진 이유이다. 투자자들이 펀드시장을 떠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의 조무래기로 전락한 것 역시 코스피를 맹종한 탓으로 볼 수 있다.


부실기업, 특히 해외 부실기업을 무더기로 상장시켜 수수료를 챙긴 죄도 크다. 중국 고섬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대표적 사례다. 중국원양자원은 지금도 거머리처럼 투자자들의 자금을 끊임없이 빨아먹고 있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이외에도 많은 중국기업들이 배당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한국 증시의 자금을 눈 먼 돈처럼 끌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거래소는 올해도 해외기업 유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투자자 이익보다 자신들의 잇속이 우선이란 것이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거래소는 상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증시에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외환위기 전엔 투자자들이 시위를 하면 상장을 유보하는 등 증시안정책을 내놓았지만 이젠 안하무인이다. 투자자야 고사하건 말건 수수료를 더 뜯어내야 연봉이 올라간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수요기반 무너졌는데 오히려 공급 늘려

사실 거래부진이 심각하다는 것은 거래소도 알고 있다. 그런데 수요기반을 확충한다며 제시하는 정책이 고작 배당을 늘리고 차익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따위다. 외국인 좋은 일만 하자는 거다.


시장조성을 한다지만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상장폐지 지경에 처한 몇몇 종목에 해당하는 조치일 뿐이다. 나머지 대부분 종목의 거래부족은 방치된 상태다. 증권사들이 실적을 다루는 종목이 전체 상장종목의 10%도 안 되는 판국인데, 나머지 90%에 대한 정보 제공엔 아예 관심도 없다.
 

게다가 증시가 자금부족에 허덕이는데 금시장을 개설한 데 이어 각종 파생상품을 잇달아 늘리고 있다. 그나마 남은 자금마저 빼내 수수료나 챙기겠다는 태세다.
 

지금 한국 증시의 수요기반은 심각할 정도 위축되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투자회사들은 끊임없이 해외상품을 들여오고 있고 거래소는 한 술 더 뜨고 있다. 투자자가 죽건 말건 자기들만 살아보겠다고 한다.
 

거래소는 개인 투자자들이 10년 가까이 증시에서 탈출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은 지금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장기투자 가치투자를 권하면 기관 앞잡이라고 비난하고 나설 정도다. 주식투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끝까지 자신들의 잇속만 챙길 것인가.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