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역사 뒤안길로…기반시설 구축 등 제한적 정부 지원 지적도

한진해운 여의도 본사에 있었던 운송선 모형. / 사진 = 뉴스1

국내 첫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법원 파산선고를 끝으로 창립 40년의 역사를 멈추게 됐다. 한진해운 파산은 단지 단일 회사의 파산 사태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해운업계 전반이 위기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파산 사태로 정부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개별기업 부실 해결에만 골몰하느라 국내 해운업이 맞을 진짜 위기는 고려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파산부(파산수석부장판사 김정만)는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을 선고했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9월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5개월 만에 주요 노선 영업권과 터미널을 매각하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회생절차를 폐지한 탓이다. 이에 물동량 기준 국내 1위·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은 청산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빠진 빈자리로 인해 약화할 국내 해운업 경쟁력에 대한 고민은 없는 조치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물동량 기준 국내 1위였던 한진해운의 부재는 국내 해운업 경쟁력을 퇴보시켰다. 국내 해운 업계 수송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8월 106만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보다 59% 급감했다.

정부는 이제 와 해운업 살리기에 6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향후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책을 이행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한국선박해양 설립 ▲글로벌 해양펀드 개편 ​선박 신조 프로그램 운영 본격화 ​캠코 선박펀드 확대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차질 없이 추진해 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해외 대형 선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머스크는 세계 7위인 함부르크수드(58만TEU)를 합병해 선박 보유량이 387만TEU로 늘어났다. 일본 국적선사 3사는 오는 7월 통합법인 설립으로 136만TEU의 선사로 거듭날 예정이다.

오는 3월 SM상선이 한진해운 자산과 인력을 활용해 컨테이너선 운항을 시작하지만, 제2 국적선사로서 자리를 잡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빈자리 메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현대상선도 한계에 부딪혔다. 지난해 83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았고, 재무상태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한국선박해양을 활용해 현대상선이 보유한 10척의 선박을 시장가로 매입 후 다시 빌려주는는 방식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할 예정이다. 매각가와 장부가의 차이(약 7200억원)만큼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자본을 공급한다.

문제는 정부의 해운업 경쟁력 강화가 선박이나 터미널 확보 등 기자재와 기반시설 구축 등 제한적인 지원에만 그치고 있다는 데 있다. 게다가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추진력을 잃을 공산이 크다.

황진회 해양수산개발원 연구실장은 “정부가 해운업 정책에 대한 연속성을 유지하고, 자금과 인수합병 등 관련 기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해운정책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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