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거주 아파트 평균 월세 180만원…사무실 임대료 1500만원 넘기도

인도 시장 성장은 땅값 상승을 동반했다. 인도 진출 국내 기업은 시장 공략 어려움에 더해 주재원 거주 지원 및 사무실 임대료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현지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만큼 법인 유지에는 큰돈이 들지 않을 것이란 당초 전망은 빗나갔다. 이에 현지 운영비 부담으로 진출하자마자 철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인도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뉴델리 인근 구르가온에 있는 아파트 월 임대료는 대부분 10만5000루피(약 180만원)을 넘어선다. 한국인 및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벨레어 아파트는 방 3개짜리(약 200㎡) 월세가 11만7500루피(200만원)이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청담자이 아파트 평균 월세와 동일한 수준이다.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도시 구르가온에서 고층 아파트 공사가 저녁까지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인도 현지 부동산 업체에서 일하는 쿠날 칸나 매니저는 “인도 수도인 뉴델리의 고도 제한과 토지 부족으로 인도에 진출하는 외국계 기업이 구르가온으로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면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최대 도시인 첸나이도 마찬가지다. 첸나이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 양쪽에는 아파트 분양 옥외 광고판이 빼곡하다. 이성주 현대차 첸나이 공장 노무과장은 “다른 지역 사람 유입 혹은 다른 지역으로 주민이 떠나는 데 대해 보수적인 타밀나두주 특성상 급격한 집값 인상은 없지만 싸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인도 시장을 두드렸던 상당수 업체가 시장 공략 어려움과 동시에 턱없이 높은 임대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로 사무실 임대료는 아파트 월세보다 더욱 비싸다. 글로벌 기업이 밀집해 있는 구르가온 사이버시티의 DLF 빌딩 사무실 임대료는 월 88만루피(약 1500만원)에 달한다.

최정현 한국알루미늄 인도법인장은 “마냥 싼 시장이려니 생각하고 인도에 진출한 많은 국내 기업이 주재원 지원금, 사무실 임대료에 부담을 느껴 철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물론 저렴한 아파트도 있지만, 한국인이 적응하고 살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실 임대료가 1500만원을 넘는 구르가온 사이버시티 내 DLF 빌딩. / 사진 = 배동주 기자
인도 진출 국내 기업 사이에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폐개혁은 모디 총리가 현금통용 억제를 통해 거래를 투명하게 하려고 내세운 정책이지만, 집도 현금으로 사는 인도 아파트 시장에는 독이 됐다는 것이다.

인도 진출 건설관련 자재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 인도인들은 12억이 넘는 아파트도 현금을 가져와서 샀다”면서 “화폐개혁 이후 거래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아파트 건설 계획도 대부분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한수 코트라 서남아시아지역본부장은 “기업은 몰리는데 외국인이 살만한 아파트는 아직까지 몇 없다보니 가격은 자꾸 오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화폐개혁은 인도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줄이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도 차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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