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법사위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논의…정치권·시민단체·전문가 찬반 엇갈려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인상 상한제 도입 등 전월세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정치권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추진하면서 두 사안이 부동산 시장의 이슈로 떠올랐다. 세입자가 집주인 상대로 계약을 연장하자고 요구할 권한이 생기고, 재계약 땐 전세보증금 인상률을 5%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수년 간 끝없이 오른 전셋값에 시름깊은 서민들과 시민단체는 법안처리 목소리를 높이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개인간 임대 계약에까지 가격통제 등 손을 댈 경우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는 오는 20일 국회에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논의한다.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만도 9건에 이를 정도로 야당은 해당 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야당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대체로 임차인이 원하면 현행 2년 단위의 전세계약을 1회 연장하게 해주면서, 전세금 인상율도 5% 이하로 묶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여소야대 국회가 열리면서 당론으로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지난 19대 국회때도 전월세상한제를 논의하다 의석 과반 이상을 가진 여당과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처리하지 못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반대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야당이 적극 추진하는 전월세상한제에 대해 "과연 중산층과 서민 계층을 도와주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 역시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임대차시장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집주인이 일시적으로 전셋값을 올릴 수 있는데다, 장기적으로는 전세를 놓으려는 집주인이 적어져 임대물량이 줄어들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다시말해 전세물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결국 서민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선치센터 연구원은 “전세가격은 금리, 물량, 월세가격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건데 법으로 규제한다면 임대차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라며 “오히려 전셋가를 올려놓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단기적으로는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려받아 단기간에 전세보증금이 폭등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전세매물이 줄며 민간임대 활성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정부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며 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1989년의 경우에도, 그 해 전셋값이 17.5%, 이듬해인 1990년엔 4개월간 전셋값이 20.2% 폭등한 전례가 있다.

전세매물이 줄어들면 특약사항 등을 단서로 걸고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들어 계약서 쓸때 임차인한테 책임전가 조항을 추가하는 식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에 반대의견을 낸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월세상한제로 가격을 규제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임차인이 따로 웃돈을 지불하는 등 이중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전월세상한제보단 주택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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