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시장 성장세 여전…빅데이터·IoT 시대 들어 반도체 수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12일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진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SK하이닉스

반도체 업계의 실적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까지 몇 년 새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모바일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반도체 업계는 지금보다 대규모 호황을 경험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중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구조조정을 마친 후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발판으로 SK텔레콤에 인수된 SK하이닉스는 적자를 털어내고 지난해 처음으로 법인세를 내기도 했다. 구조조정 시기 미국, 일본 반도체 경쟁사들이 뒤쳐진 영향도 있었다. 이에 품질 좋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지분 인수 결정도 이런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나온 것이다.

 

스마트폰 성장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한국 반도체를 추격하고 있지만 시장 전망은 여전히 밝다. 공급이 늘어도 이를 흡수할 시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DDDR4 4기가바이트(GB) 가격은 전달인 지난해 12월에 비해 33% 올랐다.

 

당장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수요가 반도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포화상태라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64분기 들어 전년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이런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가격에 상관없이 스마트폰 사양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고사양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사양이 좋아져 메모리 수요가 늘고 있다고사양 제품이 늘면서 메모리 제품이 하나 들어갈 것이 이제 두 개 들어간다고 말했다.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시장도 남아있다. 최근 인도가 점차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기존 신흥국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삼성, 애플 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인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5%에서 201610%로 두배 성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센터·소형 기기용 반도체 수요 폭증할 것

 

4차 산업혁명 시대 업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신기술 서비스는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 등이다. 우선 대형 반도체 업체들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CT 기업들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맞춤형 서비스는 사용자 개인 데이터는 물론 전체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 이용 경향이 비슷한 고객들에게 알맞은 서비스를 추천하거나 자동적으로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자율주행차나 IoT 연동 기기들이 각각 모은 정보를 데이터센터로 보내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기기가 수집한 개인 데이터가 한 번에 모이면 용량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이른 바 빅데이터가 된다. 따라서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16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 그래프=SK하이닉스
이에 반도체 기업들도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한 국내 반도체 회사 연구원은 어딘지는 밝힐 수 없지만 고객사와 데이터센터 용 플래시 메모리 제품 개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텔도 2015년 데이터센터용 3D크로스포인트(3D X-point) 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공개한 후 2016년 제품 시연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인텔이 보유한 미국 메모리반도체회사 마이크론은 최근 3D 낸드 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 플래시 메모리는 전력을 차단해도 저장된 정보를 그대로 보존하는 비휘발성 제품이다.

 

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시장 예측은 제조 장비 수요로 나타난다. 반도체 기업이 장비 투자를 늘렸다는 것은 시장 전망을 좋게 본다는 뜻이다.

 

이미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 일렉트론의 수주액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넘겼다. 이중 한국 수주 규모가 전분기보다 2.7배 가량 급증하면서 최대치를 기록했다. 도쿄 일렉트론은 올해 낸드 장비 시장이 20%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사물인터넷 연동기기에 탑재되는 저성능 반도체 수요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연동기기는 냉장고나 텔레비전, 세탁기, 에어컨 같은 고가 제품도 있지만 체중계나 온도계, 전기 계량기 같이 단순한 저가 제품도 있다. 이런 제품에서는 단순한 정보가 저장되고 전송된다. 따라서 저용량 반도체나 센서 등을 내장할 수 있다.

 

일본 주식시장 니케이가 운영하는 매체 아시아 리뷰(Asia Review)사물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중고 반도체 장비 수요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고 반도체 제조 장비 가격은 20~30% 정도 상승했다. 중고 장비들을 사려는 업체들은 새 장비를 하기엔 부담을 느끼는 곳으로 사물인터넷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다.

 

한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 대표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중소 반도체 업체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면서 그 때를 대비해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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