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MSC와 전략적 협력 통해 소석률 높일 듯…실적 개선 효과는 미지수

지난해 9월 한진해운의 첫 대체선박인 현대상선 현대 포워드호가 부산항 신항 PNIT터미널에서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대상선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가 ‘2조원 적자 폭탄’을 맞았으니 현대상선도 예외일 순 없었다. 장기화된 해운 불황 여파에 따른 저운임으로 영업손실은 불가피했다. 현대상선은 해외 항만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해운사와의 협력으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9일 현대상선은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지난해 현대상선 매출은 4조5848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대비 19% 줄어든 금액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을 통해 전년 2007%에서 2016년 235%로 대폭 개선됐다. 한국신용평가는 기존 D등급 채무불이행 상태였던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BB등급(안정적)으로 개선했다.  

악재가 해소된 듯하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영업손실 8334억원을 기록했다. 늘어날 기미 없는 해운 물동량과 수급 불균형에 따른 선복 공급 과잉으로 저운임이 지속된 탓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갑작스러운 공급 감소로 컨테이너 운임률 상승과 운송물량 증가로 영업손실이 422억원 가량 개선됐지만 끝내 이익 전환에는 실패했다.  

현대상선 이로써 현대상선은 6년 연속 영업손실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올해에도 물동량에 비해 선복량이 더욱 많은 선복 초과 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대상선의 영업손실 줄이기에 불똥이 떨어졌다.  

현대상선은 올해 항만 인프라 개발과 ‘2M(머스크·MSC)+H 전략적 협력’을 통해 지난해 영업손실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항만 인프라 개발은 미국 롱비치터미널과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을 통해 영업이익을 창출하겠다는 현대상선의 전반적인 계획을 뜻한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인수 계약은 마무리 조율 중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에서 열린 '2M 얼라이언스 협정체결' 기자간담회에서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가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대상선은 과거 한진해운 자산이었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터미널 지분 20% 인수하는 본 계약을 체결했고 납부도 모두 마친 상태다. 나머지 80%는 MSC가 인수했다. 더불어 한진해운은 역시 한진해운 자산이었던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지분 100% 인수 계약 막바지 단계에 있다. 정확한 계약 체결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 2M(머스크·MSC)과 협상을 타결했다. 이는 올 4월 서비스에 들어가는 2M+H 전략적 협력이다. 현대상선은 이를 통해 2M과 일감을 교환하거나 매입한다. 

 

하지만 이것만 두고 현대상선이 세계 4대 얼라이언스(Alliance) 중 하나인 2M얼라이언스에 들어갔다고 보긴 어렵다. 현대상선은 2M과 일감은 공유하지만 선박 공유나 공동 배선(配船·항구나 항로에 배를 할당하며 배치하는 것)은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얼라이언스 가입 기간이 5년인데 반해, 2M+H 협력 기간은 3년에 불과하다. ‘반쪽 동맹’이라 지적받는 이유다. 협상 체결 당시, 전문가들은 2M+H만 갖고는 선복량·노선 확대 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석용 해운거래정보센터 책임연구원은 “현대상선이 영업이익 전환을 꾀하는 데 터미널 인수가 당연히 도움 될 것”이라며 “해운사가 터미널을 인수하는 이유는 본인들이 터미널을 인수해서 운영하면 자사선 물량도 직접 처리할 수 있고, 터미널 이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터미널은 또 자사선만 드나드는 게 아니라 다른 선사들도 컨테이너 적하를 하기 때문에, 타사 터미널 이용 수익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M+H 협력을 통해 현대상선은 2M과 물량이 부족하거나 넘칠 때 서로 나누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업 이익으로 직결되지는 않더라도, 소석률(화물 적재율)을 높이는데는 기여 할 것이다. 2M얼라이언스에 완전 가입했을 때의 효과는 아니겠지만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대상선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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