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날로 먹지 않던 일본인들…노르웨이 양식업자들 우직한 마케팅에 두손 들어

뷔페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가 연어 초밥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비슷해서 초밥을 먹는 곳이라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뷔페식에서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는 적절한 가격에 맛도 좋으니 그만큼 대중적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연어 초밥에 CEO가 알아두면 좋을 뜻 밖의 사실이 있다. 먼저 연어 초밥, 어느 나라 음식일까. 초밥의 뿌리가 일본이니 당연히 일본 음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일본에서 먹기 시작해 퍼졌지만 일본인이 연어 초밥을 먹은 역사는 무척 짧아 불과 20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지금은 누구보다 연어 초밥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이지만 처음 연어 초밥을 보고는 질색을 했다고 한다. 생선을 날로 먹는 사시미 문화가 발달한 일본이지만 연어 초밥을 보고는 야만스럽게(?) 어떻게 익히지도 않은 생 연어를 초밥에 얹어 먹느냐며 펄쩍 뛸 정도로 거부감을 보였다.


일본인은 왜 연어 초밥에 기겁을 했으며 이랬던 연어 초밥이 지금은 어떻게 대표적인 인기 초밥이 됐을까.
 

연어 초밥을 먹고 퍼트린 것은 일본이지만 처음 연어 초밥 아이디어를 낸 것은 북유럽의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연어의 나라다. 지금도 양식 연어 대부분은 노르웨이산인데 1950-60년대부터 연어 양식을 시작한 결과다. 일찌감치 연어 양식에 성공해 유럽시장을 장악한 노르웨이가 70년대 후반 고민에 빠졌다. 연어 양식 과잉으로 냉동 창고에 연어가 쌓이면서 양식업자가 줄도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연어 양식업자와 노르웨이 정부는 탈출구로 아시아의 일본을 떠올렸고 1980년 프로젝트 재팬(Project Japan)이라는 양식 연어 수출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바로 난관에 부딪쳤다. 만나는 유통업자마다 일본인은 연어를 날로 먹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사시미와 스시에 익숙한 일본이지만 연어만큼은 날로 먹지 않았는데 이유는 연어 기생충 때문이었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연어는 구이나 조림으로 먹었을 뿐, 생 연어는 먹지 않았기에 연어 초밥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였다.
 

수출을 포기할 것인가. 일본 시장을 뚫지 못하면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의 줄도산이 뻔히 예상됐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수출업자들이 끊임없는 마케팅을 전개했다. 노르웨이 연어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홍보하고 정부도 적극 나서 주일 노르웨이 대사관 파티에는 빠짐없이 연어 초밥과 연어 회가 등장했다. 초밥과 생선회의 나라에 노르웨이 산 연어 초밥과 회, 샐러드를 우직하게 들이밀었다.


끊임없는 홍보로 연어 초밥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사라질 무렵 유명 편의점 업체와 손을 잡았다. 생 연어 5000톤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대신 반드시 연어 초밥 형태로 판매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 결과 일본 편의점과 대중 초밥 전문점에 연어 초밥이 깔리기 시작했다. 이때가 1995년 무렵이다. 일본에서 연어 초밥이 성공하자 곧 이어 한국, 홍콩, 미국으로 퍼졌다. 그리고 지금 연어 초밥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초밥 중 하나가 됐다.


15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에 걸쳐 생 연어를 먹지 않았던 일본인의 밥상에 연어 초밥을 올려놓은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업자들. 무엇이 연어 초밥을 만들어 냈을까. 바이킹 후예들의 절실함일까. 뚝심일까. 우직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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