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융사보다 ICT 기업 영향력 커야…사금고화는 대주주 전횡 견제 장치로 막을 수 있어"

9일 국회 정무위 국민의당 간사 김관영 의원을 만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물었다 . / 사진=뉴스1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완화 논란이 뜨겁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최대 4%까지만 가질 수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취지다. 정치권과 언론, 학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의견이 찬반으로 갈렸다. 시사저널e는 전문가를 통해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이유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한동안 잠잠했던 은산분리 완화 논란이 수면 위로 본격 떠오른 것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가장 먼저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은산분리 완화 가능성을 전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를 모집하고 인가를 냈다. K뱅크는 다음달,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안에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 특례법을 발의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당 간사 김관영 의원을 9일 만났다. 그는 특례법을 통해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의결권 지분을 34%까지 갖도록 완화하려 한다. 핀테크 등 신성장 동력 육성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은행 사금고화 우려는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한 은산분리 완화가 왜 필요한가?

인터넷전문은행의 본래 목적은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전통적 금융사만이 아닌 ICT 기업과의 융합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 운영에 있어서 ICT 기업의 영향력이 상당히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사의 의결권 지분을 4%까지로 제한했다. 4% 지분으로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목적에 맞도록 지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소유 지분을 34%로 완화하는 특례법을 발의했다. 왜 34% 인가?

인터넷전문은행들은 50% 이상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핀테크 산업의 테스트베드(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반면 은산분리 원칙을 급격하게 완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이를 종합해 50%까지 확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 34%로 정한 것은 상법상 '특별 의결'과 관련이 있다. 정관 개정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지분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최소한 산업자본이 이 특별 의결을 막을 지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를 완화하면 사금고화 우려 등 부작용 우려가 있다. 사금고화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은산분리가 완화된다고 해서 갑자기 산업자본이 은행을 장악할 수는 없다. 특히 증자를 통해 자본금이 커질수록 개별 기업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제도적으로도 인터넷전문은행 사금고화를 막을 수 있다. 특례법에 이러한 장치들을 마련했다. 우선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주주에게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대주주가 발행한 지분증권 취득도 제한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인가 요건 유지 여부를 5년마다 심사하는 조항도 넣었다. 인가 요건을 위반하면 1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후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인가를 취소하도록 했다. 이는 매우 강력한 조항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대주주 발행 지분 증권 취득 제한 등을 어기면 과징금을 법 위반 금액의 50%를 초과해 부과하도록 했다.

동양증권 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에서 보듯 산업자본은 경영상 위기 또는 총수 지배권 구축 등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법을 위반해서라도 금융사를 사금고화 했다. 이런 사태가 있었던 상황에서 사금고화 방지 장치만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현재 감독 당국 시스템과 사회적 분위기가 산업자본의 금융사 사금고화를 내버려 둘 수준이라고 보지 않는다. 감독 시스템, 사회적 분위기, 대주주의 윤리적 책임이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을 수 있는 수준에 올라왔다. 사금고화는 제도적 장치로 예방이 가능하다. 예상되는 사금고화 우려만으로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일을 못하게 하면 국제적 금융 경쟁에도 문제가 생긴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은행은 증권, 보험사와 달리 수신 기능과 요구불 예금을 이용한 신용창출 기능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이다. 이처럼 공적 기능을 가진 기관을 산업자본이 대주주로서 경영해도 되나.

은행들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 여신 심사에서 소외되는 이들도 많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여신 평가 시스템을 적용해 소외됐던 이들에게 대출해 줄 수 있다. 중금리 대출이 그것이다. 새 공적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인터넷전문은행 경영진들이 은행업 경영을 2~3년 한 후 익숙해지고 그동안 별 문제가 없으면 은산분리를 완화하자고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의 투자가 불가피하다. 현행 지분율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주주 기업들이 같은 비율로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기업 모두가 이러 투자가 가능하지 않다. 유예 기간을 두자는 것은 이런 초기 투자를 미루자는 것이다.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대규모 초기 투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ICT 기업이 주도하지 않고 주주사인 증권사나 은행이 이끌면 핀테크 발전과 중금리 대출이 불가능한가.

전통적 금융사에서 ICT는 일종의 전산부서에 불과하다. 지점영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지원부서 역할이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 차가 15% 이상 날 때도 은행들은 서민금융을 외면했다. 은행의 보수적 여신 심사에 막힌 서민들은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 시장으로 내몰렸다. 인터넷전문은행을 금융사가 주도한다면 기존 은행과 전혀 다르지 않게 운영될 것이다. 핀테크 발전과 중금리 대출이라는 정책 목표도 이루기 어렵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곧 출범한다. 우선은 기존 규제 안에서 경영을 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우선 현행법에 맞춰 운영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 과정에서 여러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시장에 내놔야 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스스로 가능성과 필요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금융위원회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전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들을 인가했다. 금융위가 국회 입법권을 무시했다는 의견이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정부가 법 개정을 전제로 정책을 추진하고 시장에 신호를 보낸 것은 문제가 있다. 은산분리 원칙이 그간 금융시장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알리바바 등 해외 핀테크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 IT 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뒤쳐져선 안된다. 정부가 국회 입법권보다 앞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방향이 맞다면 국회가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 찬반이 팽팽하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나.

2월 국회서 상임위원회 차원의 공청회가 열린다. 현재 반대 의견이 있기에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계속 설득할 것이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소유 완화안은 34%, 50% 모두 타당한 이유가 있다. 지분 소유 비율을 34% 이하로 조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34%는 가져야 한다.

경제와 산업 환경이 어렵다.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할 대책을 마련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를 검토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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