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VR 기술 만나 대중화 단계 들어서

일본 반다이남코가 개발한 VR 연애게임 '서머레슨'. / 사진=반다이남코

대학생 김석준(27·가명)씨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매니아다. 실제 연애에는 큰 관심이 없다. 가상현실 속 여자친구야말로 그에게 완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모태솔로로 여자에게 다가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며 “게임 속 여자친구는 잔소리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요구하는 바도 없다. 최고의 여자친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혼자놀기 열풍이 불고 있다. 혼자밥먹기의 준말인 ‘혼밥’은 이미 흔한 사회현상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혼밥에 이어 ‘혼영(영화)’, ‘혼술(음주)’, ‘혼행(여행)’ 등 혼자놀기 분야가 점차 다양화 돼가는 추세다. 여기에 연애마저 게임속 가상캐릭터와 즐기는 ‘나홀로족’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사실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은 지난 1980년대부터 꾸준히 개발돼 왔다. 특히 일본에서 개발된 연애시뮬레이션 게임들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 다수의 유저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다. 주로 소수의 매니아들이 즐겨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바일과 가상현실(VR) 기술을 만나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VR 기술을 적용한 가상연애 게임의 경우, 실제 데이트를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이에 현재 개발 중이거나 출시를 앞둔 VR 연애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 보통 게임 플레이에 대한 주변의 인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에서는 연애시뮬레이션 플레이에 대해 적대감마저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각종 영화나 소설에서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릴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나 미소녀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일진에게 찍혔을때’ 이미지. / 사진=7day

그러나 최근 연애게임이 모바일기기와 만나면서 이러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특히 멋진 남성주인공이 등장하는 여성들을 위한 연애게임의 경우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 높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출시된 ‘일진에게 찍혔을 때’라는 이름의 모바일게임은 출시 당시 오랜기간 동안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에서 다운로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개발사 7day가 만든 모바일게임으로, 작은 실수 때문에 학교 내의 소위 잘 나가는 일진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되는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출시 당시 10대는 물론이고 20~30대 유저들에게서도 호평을 받았다.

VR 가상연애 게임과 관련해선 유저들의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반다이남코에서 개발한 ‘서머레슨(Summer Lesson)’과 일본 게임개발사 일루젼에서 개발한 ‘VR 그녀(카노죠)’가 있다. 특히 서머레슨은 출시전부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출시후에도 대표적인 VR 가상연애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머레슨은 플레이어가 가정교사로서 여성 캐릭터에게 영어 또는 일본어를 가르친다는 내용의 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가상의 여자친구와 일상을 보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을 하는 ‘가상연애’를 테마로 한 게임이다. 일본에는 지난해 10월 출시됐으며, 한국에는 한글화 작업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VR을 이용한 가상연애 게임이 개발중이다. EVR스튜디오의 ‘프로젝트M’은 가상의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즐기는 어드벤처VR 게임이다. 언리얼엔진(UnrealEngine)을 활용해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이용자는 게임속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바닷가를 걷거나 스카이다이빙하는 등 다양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EVR스튜디오 관계자는 “언리얼엔진과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프로젝트M을 개발했다”며 “가상의 여자친구 캐릭터에 높은 사실성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M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연애와 관련된 VR게임이 출시될수록 VR게임 시장이 점차 확장돼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R 기술 특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가상연애 장르라는 의견이다. 일본에서는 성인용 가상연애 게임들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비싼 기기 가격은 걸림돌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사회도 점차 개인주의화 돼 가면서 나홀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상연애게임도 나홀로 즐기기의 한 일환이다. 특히 VR기술이 적용되면서 실감나는 가상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공동체를 중시하는 한국 정서상 가상연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분명한 것은 향후 VR게임은 가상연애를 비롯해 성인게임 위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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