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설립 이후 2년만에 치과용 엑스레이장비 시장점유율 1위

신성기 바텍 인도법인장이 인도 뉴델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치과용 엑스레이 생산업체 바텍이 인트라오랄센서(Intra-Oral Sensor)와 2차원(2D) 엑스레이 제품으로 인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 판매에 나선 지 불과 2년 만이다. 특히 치아 상태 진단기의 일종인 인트라오랄센서는 인도 시장에서 치아 상태 확인에 주로 쓰이는 필름 엑스레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을 이끈 신성기 바텍 인도법인장은 바텍 사장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는 “2014년 LG전자 영업마케팅 부문 중책을 내려놓고 바텍으로 향할 때 이미 사장을 목표로 정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LG전자에서 인도 지역 전문가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서 “인도 시장만큼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법인장이 성장을 확신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는 “인도 시장은 규모가 크고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면서 “현재 센서 판매가 중심이지만, 조금 지나면 2D, 입체영상(3D) 엑스레이 장비로 수요가 이동할 수밖에 없어 매출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에는 12만개 넘는 치과가 있고, 바텍은 이 중 30%가량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바텍 인도법인의 올해 매출 목표는 900만달러(약 103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500만달러(약 57억원)와 비교해 2배 수준이다. 전년 매출은 250만불(약 29억원)에 불과했다. “매년 2배씩 불어나는 매출 목표치가 걱정”이라는 신 법인장을 인도 뉴델리 사무실에서 만났다. 말과 행동이 달랐다. 걱정이라고 말하는 입을 제한 얼굴 위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다음은 신성기 법인장과 일문일답.

빠른 성공이다. 전략이 있었나.

처음 인도 시장에 발을 디딜 때 시장만 키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왔다. 제품 사용 가능 기간이 보통 6~7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0만개를 팔고 나서도 인도는 매년 교체 수요만 1만5000개씩 나오는 시장이다. 2014년 7월 법인 설립 준비와 시장 조사를 명목으로 6개월 넘는 시간을 인도 내 치과 전시회에 쏟았다. 우선은 인지도를 세우는 일이 중요했다.

인도의 국토 면적이나 교통 여건을 고려할 때 인지도보다 네트워크가 중요하지 않나.

인도인의 상술과 인도의 소비자는 악명 높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비싸면 안 팔리고, 싸다고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모순이다. 회사 인지도 끌어올리기에 집중한 이유는 바로 이 모순된 인도 시장을 뚫어내기 위함이었다. 마케팅은 결국 소통이다. 시장과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네트워크를 유통업자인 딜러에 맡기고 좋은 제품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안 된다.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인가.

인도에서 그냥 물건을 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품을 통해서 마음을 사야 한다. 인지도 상승과 신뢰 구축을 위해 딜러사도 조정했다. 2014년 거래를 했던 딜러사는 매달 100대 계약을 하고도 시간을 끌다가 한꺼번에 가져가면서 가격을 깎는 통에 인지도 향상이니 신뢰 구축이니 할 정신이 없었다. 마음이 맞는 거래선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실적도 나빴다.

직접 인도 치과를 방문하는 팀이 따로 있다. 딜러를 버리고 직접 판매한 것인가.

바텍 데모팀으로 불린다. 이들은 제품 판매는 하지 않는다. 제품이 아닌 신뢰를 구축하는 일을 한다. 현재 11명의 팀원이 움직인다. 그런데 이건 딜러사를 정한 이후였다. 유통이 인도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네트워크 구축이 돼야 뭐라도 팔 수 있는데 딜러가 서브 딜러를 두고 서브 딜러가 다시 프리랜서인 딜러를 두는 인도에서 딜러를 버릴 순 없다.

데모팀의 역할을 모르겠다.

방문 광고라고 생각하면 쉽다. 주요 도시로 뿌려져 지역 치과에 방문한 뒤 바텍이라는 회사를 설명하고 제품을 알리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추후 행사나 판촉 정보를 제공한다. 12만개 넘는 치과를 대상으로 11명 돌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 5곳씩 한 달이면 100곳이다. 1년이면 1200개. 11명이 이미 치과 2만5000개를 돌았다. 

 

신성기 바텍 인도법인장이 인도 뉴델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아직 치과 10만개가 남았다. 지속하나.

데모팀이 치과 3만개를 돌고 나면 교육직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인지도는 올라갔다. 지방 중소도시는 바텍이라는 이름이 알아서 퍼져나갈 것이다. 전시회에 집중하고 바텍 123이라는 서비스 인지도를 세우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바텍 123은 사후 관리를 체계적으로 만든 하나의 시스템인데 온라인 지원과 방문 해결, 교체로 이어지는 세 가지 단계로 제품 수리에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법인이 다하고 있다. 딜러는 뭐하나.

딜러는 바텍 인도법인이 그리는 이상을 공유한다. 아무리 열심히 인지도 신뢰를 구축해도 판매 일선을 책임지는 딜러가 잘해주지 못하면 어렵다. 딜러가 판매하고 딜러가 서비스를 책임진다. 이 때문에 딜러 선정 과정에서 가장 고심했던 것도 같이 갈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치과용 엑스레이 판매 시장에서 4위에 그쳤던 현재 딜러사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 해당 딜러사는 우리와 함께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올해는 중점 추진하는 마케팅 사업은 무엇인가.

인트라인트라오랄센서 시장은 선점했다. 이제 2D, 3D 장비로 전환을 위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먼저 치과 환자 관리 체계를 제안해, 바텍 제품 사용을 더욱 익숙하게 할 예정이다. 그리고 3D 촬영을 하는 씨티(CT) 센터를 운영해 제품 품질을 인도 시장에 알릴 계획이다.

CT 센터 운용이 투자로 보이지 않는다. 남는 게 있나.

월 150명만 이용한다면 운영비는 나온다. 운영비만 나오면 된다. 3D 엑스레이 장비인 CT의 특성상 소프트웨어에 익숙해지면 다른 기기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바텍을 시장에 심어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본다. 바텍 인도법인은 단순히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바텍 직원과 바텍 직원의 가족 모두가 행복한 절대적인 1위를 하고 싶다.

자신감이 무서울 정도다.

인도가 좋아서다. 인도에 들어와서 도망가듯이 철수하는 기업에는 인도를 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도에 진출한 이상 기업의 존재 가치는 인도라는 시장에 달려있다. 나에게 인도는 내 존재가치를 증명해 준 곳이다. 인도에 오지 않았다면 월급쟁이에 머물렀을 것이다. 인도인은 나쁘지 않다. 다만 조금 다르다. 시간을 갖고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시간은 금이다.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 아닌가.


성장하는 시장이다. 분명히 미래가 있는 시장이다. 비단 바텍이 진출한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시장뿐만이 아니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도인은 시간을 갖고 일을 진행한다. 협상은 결국 누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느냐의 싸움이다. 법인 설립을 했다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