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새 사령탑 의지 믿어…입장변화 없으면 파업 재개”

지난해 6월 28일 대한항공조종사노조(KPU)는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앞에서 '대한항공 임금정상화를 위한 윤리경영촉구결의대회'를 열었다. / 사진=박성의 기자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노동조합이 설 명절 전 중단했던 임금교섭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겹악재에 시름하고 있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조종사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대한항공 사령탑에 오른 뒤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조원태 사장이, 임금교섭 난제를 풀어낼 열쇠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 노사는 오는 9일 제13차 임금협상을 재개한다. 앞서 노사는 설 명절 전인 지난달 18일 제12차 임금협상을 벌였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협상 중지를 선언한 바 있다.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임금인상 문제를 두고 사측과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이 탓에 지난해 12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노사가 집중교섭에 합의하면서 노조가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재개된 교섭 역시 조종사 노조는 임금인상률 29%, 사측은 1.9% 인상안을 고수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노사 입장 간극이 워낙 커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노사 중 한쪽이 사실상 ‘통큰 양보’를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결국 이 같은 난제를 풀 요인(要人)으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대두된다.

지난해까지 대한항공을 이끈 건 지창훈 전 사장이었다. 지 전 사장은 조종사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세무조사 청원 시위를 벌이자 “조종사 노조가 공공연하게 회사를 흔들고 있다”며 날을 세운 바 있다. 이 탓에 조종사 노사 협상 평행선 간극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 한진그룹 유력한 수장후보인 조원태 사장이 취임하면서 노사 간 분위기가 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조 사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사내 3개 노동조합에 방문, "발전적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서로 노력해 나가자"며 대화의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조 사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뒤를 잇기 위해서는 유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서 실적을 통해 경영실력을 입증해 내야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국제유가와 달러환율 상승으로 4분기에 수익성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종사 노조가 파업을 단행한다면 추가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조종사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가며 대한항공은 하루 평균 1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당분간 파업 계획은 없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게 우선”이라며 “조원태 사장이 협상 의지를 나타낸 만큼 극적인 타결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사측의 변화된 입장은 확인하지 못했다. 협상이 재개된 뒤 (파업 재개 등) 입장을 다시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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