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리콘벨리서 100여개 스타트업 인수·투자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한국 산업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혁신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이 아이디어 착상부터 기술사업화, 최종 상품화까지 단계별로 기업 내부와 외부 간 지식과 기술을 교류하고 통합하는 경영 전략을 오픈 이노베이션이라 정의할 수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새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 자원을 외부 혁신역량과 결합해 기업이 부담해야할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 전개 속도는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 대기업들은 클로즈드 이노베이션(Closed Innovation)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내부 혁신역량만으로는 새 성장 모델을 찾거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이에 대기업들은 자체 혁신이 불가능한 영역에서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거나 기술·지적재산권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혁신 역량을 외부에서 획득하고 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이 기술·서비스 혁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 스타트업, 투자자 등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대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혁신역량을 얻거나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나 투자자는 적정 시점에 창업 성과를 거두거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회수된 투자금은 다시 스타트업 창업과 활성화에 재투입된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유지 성장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이에 미국 실리콘밸리 등 세계 곳곳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주요 혁신 기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한국 업체로는 삼성전자 움직임이 돋보인다. 삼성전자는 하만,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비브랩스 등 100여개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실리콘벨리에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와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를 운영하며 현지 스타트업 중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얼마 전엔 쿠앙 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을 투입해 바이오기업 전담 투자 조직을 설립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도 네이버, GS리테일 등과 손잡고 1조원 규모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SK, LG에게 참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밖에 한화, 롯데 등도 스타트업 투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혁신역량에 대한 수요와 투자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스타트업 관계자, 투자자, 대기업, 정부 부처 등 관계자들 간 소통과 협력이 필수다. 또 지원 법규를 제개정하거나 갖가지 규제를 완화·철폐해야 한다. 하지만 이 논의를 끌고 갈 주체가 명확치 않다. 다행히 여러 단체나 기관이 오픈 이노베이션 관련 토론의 장을 잇달아 열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구체적 정책과 산업 혁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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