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번째 이야기

직장이 있었다. 월급도 꼬박 꼬박 들어왔다. 직장 상사, 동료 덕에 웃으며 살았다. 선배에게 가끔씩 칭찬도 받았다. 일하며 성취감도 느꼈다. 별 걱정 없이 살았다. 하루 버티면 일주일, 일주일 견디면 한 달이 지나갔다. 그렇게 살다가 웃고 싶을 때 웃었다. 어느날 문득 생각했다. 살다가 웃는 것보다 웃으니까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해봤다.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할 때 가장 행복한지. 10년 후에도 계속 하고 싶은 건 뭔지.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입 밖으로 꺼내기 싫었을 뿐이다. 눈치 보였다. 주위 시선, 부모님 기대,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건 내가 제일 잘 알 거란 허영심이 내 입을 가로막고 있었다. "난 운동하고 싶어." 이 말 하기가 그토록 어려웠을까.

직장을 그만 둔 지 근 반 년이 지났다. 어쩌다보니 요가를 하고있다. ‘어쩌다보니'로 시작했는데 ‘운명처럼'으로 바뀌어버렸다. 매일 요가 매트 위에 올라 서서 나를 돌아본다. 가장 필요하고 좋아하는 공부를 요가를 통해 하고있다. 나에 대한 공부다. 아마 죽기 직전까지, 아니 그 후까지 할 듯 하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이다. 일, 사람, 사랑, 공부, 운동 등 무엇을 하든 처음 느끼고, 배우고, 사랑했던 마음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다. 강력한 삶의 동력이기도 하다. 요가 매트 위에 있든, 사무실 안에 앉아 있든, 발로 뛰며 일하든, 초심을 잃지 않아야 행복한 삶일게다. .

초심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 중 난 요가를 선택했다. 매일 요가 매트 위에서 처음 입 밖으로 "운동하고 싶어"라고 말하던 때를 되새기며 웃는다. 마음으로 웃는다. 물론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다. 그런데 즐겁다. 행복하다.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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