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허가 절차 32.47개…州별로 15~40% 세법 달라

인도 진출 국내 기업이 인도 행정 절차에 맞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인도 정부에 제출한 사업 인허가가 2년 넘게 제자리를 걷는가 하면 지역별 세법이 달라 물류비가 급증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가 지난해부터 행정 절차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변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진행한 국가별 사업 용이성 평가에 따르면 인도는 전체 조사대상국(189개국) 가운데 130위에 머물렀다. 특히 인도는 건설 허가 취득 난이도에서 최하위 수준인 183위를 차지했다. 건설 허가 취득에 필요한 절차의 수가 평균 32.47개에 달하는 탓이다. 국내 인허가 절차(10개)와 비교하면 4배 이상 많다. 

 

전화 통화 중인 인도 현지 직원. / 사진 = 배동주 기자


모디 인도총리가 행정처리 효율화를 통한 기업 환경 개선을 선언하기 이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2014년 인도는 동일 평가에서 건설 취득에 필요한 절차 개수 35개를 기록하며 18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인도 진출 국내 기업 대부분이 사업 진행 관련 허가 취득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인도 케랄라주 전력 현대화 사업에 뛰어든 국내 전력 정보통신(IT) 전문기업 한전KDN은 2012년 11월 사업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력 현대화 사업은 현재 35% 수준인 인도의 전력 손실률을 20% 초반으로 낮추기 위한 것으로 최초 완료 기한은 2015년 11월이었다. 이에 한전KDN은 올해 사업 목표를 흑자가 아닌 적자 폭 감소로 잡았다.

한전KDN 관계자는 “절차도 절차지만 인도 공무원은 사업 인허가 이후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되도록 자신이 담당자로 있는 동안 사업 인허가를 진행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사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끌고 끌다 높은 사람이 시행 지시를 내리면 그제야 꾸역꾸역 절차를 진행한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도 정부는 최근 효율적인 행정 처리와 책임 소재 증명을 위해 행정 전산화를 시행하고 있다.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사업 진행 단계 확인이 과거보다 편리해진 것은 맞지만, 절차 진행에 있어 큰 변화는 없다고 지적한다. 한 국내 기업 인도법인장은 “출·퇴근 지문 등록 장치로 늦게 오고 일찍 가지 못하게 된 것뿐 다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복잡한 세법도 국내 기업 골머리를 앓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현재 인도 행정단위는 28개 주, 7개 연방직할시로 구성돼 있는데 각기 다른 세법을 적용하고 있다. 기본관세에 더해 소비세, 간접세, 특별부가관세 등 조세 방식도 주(州) 정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인도 수도 뉴델리에 법인을 설립한 기업은 제품 입항 이후 델리에 들러 세금을 내고 다시 판매에 나서야 하는 식이다.

 

인도 구르가온 내 개발 지역과 미개발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하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제품 포장재를 수입·판매하는 한 중소기업 인도법인장은 “부산항으로 들어온 제품을 서울에다 등록하고 다시 대전에 판다고 가정하면 인도의 세법을 기준으로 서울에 들어갈 때 세금을 내고 인도로 갈 때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라며 “이에 부산을 나갈 땐 서울로 가는 허가서를 대전에 들어갈 땐 서울에서 왔다는 식의 허가서를 내미는 이른바 허가서 위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도는 이르면 올해 4월 주별·품목별로 15~40%로 달랐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어느 주에서나 품목에 상관없이 단일한 세율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주별 세제가 달라 일정 규모를 넘는 상품이 주를 넘어갈 때마다 통관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한수 코트라 서남아지역본부장은 “모디 총리가 2014년 5월 취임한 직후부터 노동법, 토지수용법, 부가가치세법 등 3대 경제 개혁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인도는 변화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불투명한 행정처리와 열악한 기업환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해서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