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주가 신한지주 제쳐…윤종규 1위 넘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사진=뉴스1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가 3월부터 신한지주 전체를 총괄할 사령탑으로 지정된 가운데 KB금융이 신한으로부터 왕관을 되찾을 것으로 보여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난 8년 연속 금융권 순이익 1위를 놓치지 않던 신한지주는 지난해 2조5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려 9년 연속 리딩뱅크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시장 컨센서스는 2조5536억원으로 전년(2조3722억원)보다 1814억원(7.64%)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실적은 3분기(7079억원)의 절반인 3909억원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지난 2011년 이후 넘지 못하던 순이익 2조원의 벽을 5년만에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예상치는 전년 말보다 31.1%늘어난 2조2266억원 수준이다. 2800명 희망퇴직으로 8200억원 가량 비용이 발생하지만 현대증권 염가매수차익덕분에 손실을 상쇄할 수 있었다.

인력 감축으로 올해부터 판관비가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전망은 밝다. 이미 주가는 31일 종가 기준 47000원으로 45900원을 나타낸 신한지주를 가볍게 제쳤다.

지난 설 연휴를 앞둔 26일에도 KB금융 주가는 47200원에 거래를 마치며 46250원인 신한지주 주가를 넘어선 바 있다. KB금융 주가가 신한지주를 넘어선 건 지난 2012년 12월 18일 이후 처음이었다. 시가총액은 신한지주가 21조7658억원, KB금융이 19조6512억원으로 신한지주가 2조원 이상 많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시총 역전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2월 KB금융 주가는 27600원까지 떨어졌지만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68%상승하며 은행권 대장주로 떠오르고 있다.

◇조용병 VS 윤종규…미래 먹거리 찾기 급선무


윤종규 회장은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KB금융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 지난해 현대증권을 잇달아 인수했다.

올해 11월 임기만료를 앞둔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취임직후부터 1등 금융그룹 탈환에 주력했다. 윤 회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계열사의 역량을 모으고 함께 일할 때 시너지가 훨씬 커질 것"이라며 "올해부터 지주와 은행, 증권의 3사 겸직을 시작하는 자산관리(WM)와 상업 투자은행(CIB)부문은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KB만의 시너지 창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KB금융은 올해 1월 기준 WM복합점포 24곳, CIB복합점포 5곳을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은 CIB센터를 통해 대출, 예금, 외환 등 기업금융상품에서부터 인수합병, 유상증자, 기업공개(IPO)등 기업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통합 멤버십 플랫폼인 리브 메이트(Liiv Mate)를 내놓고 금융 서비스 및 LG유플러스 연계 서비스를 강화했다. KB금융은 포인트리 서비스 확대, 커뮤니티 금융서비스 강화 등으로 리브 메이트 이용자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지난해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파격을 보인데 이어 텔레비전 광고에는 인기 드라마 주인공들을 배치하기도 했다.

반면 신한지주는 빠른 속도로 격추를 시도하는 KB금융과 달리 완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지주는 이미 조흥은행, LG카드, 굿모닝 증권 등 다른 금융사와의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신한지주가 업계 1위를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미래 먹거리를 얼마나 잘 쟁취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판도는 뒤바뀔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인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 회장후보 심층면접을 위해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조 내정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신한은행장을 역임해 신한금융의 가장 핵심적 수익원을 담당해왔다. 게다가 글로벌, 자산운용 부문 등 최신 금융 트렌드에 맞는 업무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부문에서도 써니뱅크, 디지털 키오스크, 판클럽을 내놓으며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신한지주는 이미 해외 진출에서 성공을 거뒀다. 2009년 베트남에 설립한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에서 가장 성공적인 외국계 은행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을 제외하고 해외매출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시장 선점에도 주력 중이다. 조 내정자는 지난 20일 "국내외 환경도 상당히 불확실한데 어떻게 먹거리를 찾아내느냐 고민을 해야겠다"며 지속적으로 1위를 수성해야 하는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사이 KB금융이 맹추격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미 잘 짜여진 판을 가진 신한지주가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선점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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