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P 반덤핑 예비관세 판정…다음 차례는 ESBR 고무

LG화학 여수NCC공장. /사진=LG화학

 

철강제품 위주로 대(對)한국 수입규제를 하던 미국이 화학제품에도 포문을 열었다.

 

미국 상무부는 27(현지시간) LG화학과 애경화학이 생산한 가소제(DOTP)에 예비관세 5.75%, 3.96%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이어 상무부는 한국에서 DOTP를 제조, 수출하는 모든 업체에 4.47%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지난해 7월 미국 내 유일한 DOTP 제조사인 이스트맨 케미칼 컴퍼니(Eastman Chemical Company)는 한국 업체 탓에 피해를 봤다며 미 상무부에 제소했다. 한국산 가소제 제품이 한국 내수용 가격보다 싸게 팔렸다는 게 이유였다. 이스트맨 케미칼 컴퍼니는 한국산 가소제에 23.70%~47.86% 반덤핑 마진을 부과해달라고 요구했다.

 

가소제 DOTP(Dioctyl terephthalate다이옥틸 테레프탈레이트)는 폴리염화비닐(PVC)수지에 첨가제로 사용된다. DOTP가 첨가된 PVC제품은 가공이 용이하고 외부 온도변화에도 잘 견딘다. DOTP는 이외에도 전선, 벽지, 바닥제, 인조피혁 등에 사용된다.

 

다만 수출물량이 많진 않아 업체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LG화학 DOTP 대미 수출량은 4000~6000톤이다. 액수로는 60억~80억원 사이다. LG화학 지난해 매출 20조원에 비하면 0.0004%에 불과하다.

 

애경화학 DOTP 대미 수출량은 2만톤 가량이다. 수출액수로는 300억원 가량이다. 애경화학 지주사인 AK홀딩스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 매출액은 58483300만원이다. DOTP 수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5% 수준이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산 철강제품 위주로 수입규제를 시행해 왔다. 한국무역협회 비관세장벽포털 수입규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미국의 대한국 수입규제 16건 중 철강제품이 14건이다. 선박용 후판, 송유관으로 쓰이는 유정용 강관, 철강 기초제품 열연강판 등이 주요 수입규제 대상이었다.

 

나머지 두 건은 예비관세가 확정된 DOTP와 한국산 에멀전 스타이렌-부타디엔(Emulsion Styrene-Butadiene RubberESBR)고무다. ESBR 고무는 합성고무로 타이어나 호스 원료다. 한국 화학기업은 2015년 기준 13790만 달러어치 ESBR을 미국에 수출했다.

 

지난해 721일 라이언엘라스토머 등 미국 화학 업체는 한국산 ESBR 덤핑판매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들은 제소장에서 현대글로비스, 금호석유화학, LG화학 등 국내 11개 업체를 언급하며 덤핑관세 22.4%~44.2%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미 상무부는 오는 313일 최종 덤핑판정을 내릴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화학업계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중국이라 실제 피해는 적다다만 트럼프 정부가 공약을 하나하나 이행해가고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45대 대통령은 취임직후 TPP 백지화,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반이민·난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은 연방기관, 기관장, 연방공무원에게 시달되는 미 대통령 명령으로 미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철강화학 외에 다른 제품 수출길도 어려워진단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행정명령은 해당 대통령 임기까지는 유효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이성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미중무역전쟁도 본격화되고 있다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경제 특성상 유탄을 맞지 않게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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