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 판매 할당 채워야 랜드로버 판매 가능케 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재규어 판매 증가를 위해 판매 딜러사를 옥죄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딜러사에 재규어 판매 할당을 채워야 랜드로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이른바 재규어 끼워 팔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규어랜드로버 판매 딜러는 랜드로버 판매를 위해 재규어를 억지로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랜드로버는 국내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내 독보적인 위치 구축으로 지난해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1만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재규어 끼워 팔기에 나서면서 재규어 판매가 급증했다. / 사진 = 시사저널e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재규어는 지난해 3798대를 판매하며 전년 2804대보다 34.5% 증가했다. 랜드로버 판매 증가세에 기댄 덕이다. 이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해 수입차 시장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년보다 44.4% 증가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랜드로버는 있으면 팔리는 차량이었지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재규어를 팔아야 랜드로버를 팔 수 있게 하는 물량 제한에 나서면서 딜러사는 곤욕을 치렀다”면서 “재규어는 수입 세단 시장에서 벤츠나 BMW에 밀리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딜러가 랜드로버를 팔기 위해서는 재규어 판매 시 받는 수당을 고스란히 자체 할인에 활용해야 한다는 데 있다. 재규어 주력 모델 대부분이 세단인 탓에 그동안 벤츠나 BMW와 같은 독일차 브랜드에 밀려 판매가 저조한 것도 딜러에겐 부담이다.

이에 재규어랜드로버 딜러는 인기를 끌고 있는 랜드로버 판매를 늘리기 위해 재규어 판매마진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재규어랜드로버 전시장 한 딜러는 “재규어 판매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재규어랜드로버 딜러들의 수당 체계는 약 100만원의 기본급에 차량을 판매했을 때 일정 비율로 수당을 받는 방식이다. 예컨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차량 1대를 판매했을 때 남는 이윤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딜러는 7%에 해당하는 70만원을 수당으로 받는다.

재규어도 마찬가지지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딜러는 재규어 판매를 위해 선팅과 블랙박스, 하이패스 등의 옵션을 자신의 수당으로 고객에게 제공한다. 옵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고급 수입차에 적용하는 옵션 가격 합계는 소비자가를 기준으로 7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재규어랜드로버 전시장 한 딜러는 “팔아도 손해라고 팔지 않을 수 없다”면서 “재규어를 어떻게든 팔아서 랜드로버를 물량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판매 할당으로 인해 재규어와 랜드로버 간 중형 SUV 판매량이 동일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 사진 = 김태길 미술기자

실제로 재규어가 지난해 7월 판매에 나선 SUV F-페이스는 랜드로버 동급 차종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동일한 판매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규어 F-페이스가 본격적으로 판매된 지난해 8월 이후 F-페이스와 디스커버리스포츠는 매월 200대 가량의 꾸준한 판매 격차를 보인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수입차 딜러의 낮은 수당이야 업계에 만연해 있지만, 인기 있는 브랜드에 판매를 기대게 해 물량을 찍어 누르는 것은 얼마 안 되는 수당마저 빼앗는 행위”라며 “시장에서 랜드로버 인기가 많으면 랜드로버만 많이 판매해도 충분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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