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직접 플레이해 보니 첫 인상은 ‘만족’…서울·지방간 격차, 안전 문제 등은 해결과제

데니스 황 나이언틱랩스 아트 총괄 이사(왼쪽)와 임재범 포켓몬코리아 대표가 24일 포켓몬 고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원태영 기자
지난 23일 저녁 인터넷포털 검색어에는 포켓몬스터가 갑자기 등장했다. 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언틱이 24일 공식 기자간담회를 진행한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한국 출시 가능성에 대해 점쳤다. 결국 모두의 예상대로 24일 오전부터 한국 유저들은 포켓몬스터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추운날씨에도 불구, 오전부터 유저들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잡고 있었다. 가상의 포켓몬 체육관들은 이미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전 세계를 포켓몬스터열풍에 빠트렸던 포켓몬 고가 지난 24일 한국에 정식 출시됐다. 다른 나라에 출시된 지 6개월이나 지난 시점이라, 일각에서는 포켓몬 고 흥행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1만7400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24일 하루에만 291만명이 게임을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5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2위도 차지했다.

◇포켓몬 고 체험…첫 인상은 ‘만족’

평소 포켓몬스터를 좋아했던 기자도 이번 포켓몬 열풍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7월 속초 등 한국 일부지역에서 포켓몬 고가 실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에는 포켓몬 열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적이 있다. 기자는 당시에는 포켓몬 고를 플레이하지 않았다. 이번 정식 출시가 기자에게 있어 첫 포켓몬 고 경험이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기자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애플 앱스토어에서 포켓몬 고를 다운받았다. 아이폰에서는 포켓몬 고 앱이 정상 작동됐다. 그러나 출시 첫날인 24일 일부 이용자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오류가 발생해 포켓몬 고 앱을 다운받을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나이언틱측은 구글과 함께 문제점을 파악 중이며,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시작에 앞서 캐릭터 설정을 완료하고, 연구소 소장님의 게임 설명을 듣고 나니 닉네임을 설정하라는 안내가 떴다. 캐릭터 닉네임을 설정하려고 보니 한국어로 된 닉네임은 사용이 불가했다. 오직 영어와 숫자가 혼합된 닉네임만 사용이 가능했다. 영어와 숫자만으로 닉네임을 설정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됐다.

기자가 위치한 지역의 지도가 펼쳐지면서 주요 공공장소에 게임의 핵심 방문지인 ‘포켓스탑’과 ‘체육관’이 나타났다. 포켓스탑은 포켓몬을 잡을 때 필요한 ‘몬스터볼’ 등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보급소이며, 체육관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포켓몬으로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장소다.

포켓스탑은 주로 교외 조형물이나 카페·사적 등에 위치해 있었다. 체육관은 해당 지역을 상징하는 장소에 주로 위치해 있다. 기자가 포켓몬 고를 플레이했던 광화문 일대에서는 광화문 세종대왕상, 보신각 등이 체육관으로 지정돼 있었다.

포켓스탑에 도착해 지도속 조형물을 클릭하자 몬스터볼, 포켓몬스터 알 등 여러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다. 포켓스탑은 한번 이용하면 색깔이 변하면서 5분간 이용이 금지된다. 5분이 지나면 다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체육관에선 체육관 관장과 포켓몬 배틀을 펼칠 수 있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포켓몬의 CP(전체적인 능력치)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체육관은 레벨 5 이상부터 이용할 수 있다.
기자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포켓몬 고를 플레이 했다. / 사진=원태영 기자
기자는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포켓몬 고를 플레이했다. 추운날씨속에서도 포켓몬 고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기자는 1시간 정도 길거리를 거닐며 포켓몬스터를 포획했다. 포획방법은 간단하다. 길을 걷다보면, 근처에 포켓몬스터가 출연했다는 알람이 뜬다. 지도 위에 나타난 포켓몬스터를 클릭하면 화면이 전환되면서 포켓몬스터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때 가지고 있는 몬스터볼을 던져 해당 포켓몬을 잡으면 된다.

다만 몬스터볼을 던진다고 해서 100% 포켓몬이 포획되는 것은 아니다. 포켓몬마다 일종의 등급이 나뉘어져 있어, 잡기 쉬운 포켓몬과 잡기 어려운 포켓몬으로 구분돼 있다. 일부 포켓몬은 몬스터볼을 10번이상 던져도 잡을 수 없었다.

등장하는 포켓몬들의 CP는 같은 종류라도 모두 다르다. 게임속 캐릭터 레벨이 높아질수록 등장하는 포켓몬들의 CP도 올라가는 경향이 있었다. CP는 일종의 능력치로, CP가 높을수록 강한 포켓몬임을 의미한다.

영하 10도를 가리키는 추운 날씨속에서 기자는 결국 따뜻한 카페로 몸을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카페에서도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었다. 종로에 위치한 일부 카페는 포켓스탑 여러곳이 동시에 걸쳐있어 포켓볼 등 아이템 수급에도 유리했다.

기자를 비롯해 이번 정식 출시를 통해 포켓몬 고를 접한 대부분의 유저들은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학생 김수영(27·가명)씨는 “단순히 포켓몬을 잡는다길래, 재미없을줄 알았다. 그러나 은근히 수집욕구를 불러 일으킨다”며 “포켓몬 도감을 전부 채우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영호(29·가명)씨도 “포켓몬 수집하는 재미에 푹 빠져 벌써 2만원이나 캐시템을 구입했다”며 “주로 출퇴근 시간에 길을 오가며 포켓몬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부족한 콘텐츠, 안전 문제 및 서울과 지방 격차는 해결 과제

기자는 서울 시내 곳곳을 비롯해 기자가 거주중인 인천에서도 포켓몬 고를 플레이해 봤다. 그러자 몇몇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는 몬스터볼 등 아이템 수급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5분정도만 걷다보면, 아이템 보급소인 포켓스탑을 쉽게 만날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으로 오자, 포켓스탑 찾기란 쉽지 않았다. 휑한 지도를 보고 있자니, 마치 미아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특히 포켓스탑 주변에서 포켓몬이 빈번히 출연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방에 사는 유저들은 서울에 사는 유저들에 비해 포켓몬 수집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컸다.
서울 홍대입구(왼쪽)과 인천 청라지구 지도 모습. 서울과 달리 인천에서는 포켓스탑을 찾기 어려웠다. / 사진=원태영 기자
일부 서울 지역에서는 포켓스탑이 겹춰지는 지점도 종종 있어, 이곳에 가만히 자리만 잡고 있어도 포켓몬 수집에 어려움이 없었다. 여기에 포켓스탑에서 나오는 아이템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기자는 인천집에 도착하자마자, 몬스터볼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집 근처에서 포켓스탑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플레이할 때 100마리가 넘는 포켓몬을 잡고도 몬스터볼이 100개이상 남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안전 문제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포켓몬 고를 플레이하다가 다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특히 차를 운전하면서 플레이하다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포켓스탑에 접근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강도사건도 발생하 바 있다. 나이언틱측은 일정 속도 이상으로 움직일 시 게임안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이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차로 이동중이 아니라는 항목을 클릭하면 그만이었다. 추가적인 조치는 없었다.

기자는 굳이 차를 타면서 포켓몬 고를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직접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포켓몬 고를 플레이해보니, 걸어다닐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포켓몬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유저들 입장에서 직접 운전을 하면서 포켓몬 고를 플레이하고 싶은 유혹에 충분히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정 속도 이상으로 이동하면 뜨는 경고 메시지. 그러나 밑에 항목을 클릭하면 게임진행에 문제가 없다. / 사진=원태영 기자

부실한 콘텐츠도 문제다. 포켓몬 고는 사실상 수집게임이나 마찬가지다. AR기술을 적용했지만 근본은 수집게임이다. 포켓몬을 잡아 진화시키거나 강화시키는 것이 전부다. 체육관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수 있지만, 이는 고레벨 콘텐츠로 모든 유저가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작 포켓몬 게임의 경우, 수집한 포켓몬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1:1 대전을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포켓몬 고에서는 대전 부분이 굉장히 생략돼 있었다. 지금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대전 콘텐츠를 강화시켜달라는 요구가 하루에도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나이언틱측도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포켓몬 고의 흥행 지속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많이 보이고 있다. 길어야 한두달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출시된 해외에서는 이미 유저들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유저들의 경우, 게임 정복 속도가 외국에 비해 굉장히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미 일부 유저들은 포켓몬 도감을 거의 완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후 빠른 시일내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없다면, 이들 유저 대부분이 게임에 흥미를 잃고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포켓몬 고의 경우, 국내 흥행과 관련해 출시 초반에는 인기를 이어가겠지만 장기적인 흥행에 대해서는 장담하기가 어렵다”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포켓몬 고 유저들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추운 날씨 및 포켓몬 획득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콘텐츠 등으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장민지 연구원은 또 “AR게임으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문제 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안보 문제와 소비자 개인 정보 유출 위험성 등을 이유로, 중국내 AR게임을 전면 금지한 사례도 있다”며 AR게임의 인기가 지속되기 위해선 이같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포켓몬 고 열풍이 지속되기 위해선 콘텐츠 업데이트가 필수”라며 “다만 향후 획기적인 콘텐츠가 업데이트 된다면, 포켓몬 고 열풍이 계속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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