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에 쏠리는 관심·물량급등, 생산가능인구 감소까지…주택매입 신중해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전경 / 사진=뉴스1

국내 주택시장이 지난해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3개월 째 하향곡선을 타고 있다. 청약시장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대책 발표 초반에는 분양시장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전반이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열된 열기가 식는 수준을 넘어 위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1·24를 비롯, 8·25 가계부채 대책 후속 조치 등 금융규제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되면서 시장에 예상보다 큰 타격을 준 영향이다.

통상 1월엔 모든 부동산 지표가 하락선을 긋는 만큼 건설업계에서는 이 시기를 계절적 비수기로 판단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설 연휴 이후 시장상황을 봐야 한 해 주택시장 판세를 전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각종 지표를 통해 올 한해 시장을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업계에서는 올 한 해 주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2015년이나 지난해와 같은 시장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불안, 금리인상으로 위축된 시장을 반전시킬만한 카드가 마땅히 없어서다. 도리어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신호는 다양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복지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과 주택공급물량 급등, 주택구매력이 있는 자로 판단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같은 지표가 여기에 해당한다.

◇부동산 시장 판도 뒤흔들 변수는 대선공약과 정책

대통령 탄핵심판이 속도를 내면서 대권 주자들이 저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때로는 후보자 면면보다 그들이 내세우는 부동산 정책이 더 주목을 받기도 한다. 이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부동산시장은 대선 때만 되면 후보자의 공약에 힘입어 반짝 호황을 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 정국에선 그동안의 분위기와는 달리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회의 여소야대 구성 때문이다.

실제 20대 국회가 야당의 입김이 세진 만큼, 전통적으로 야당에서 지지했던 정책 도입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이를테면 공공임대주택 확대나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이다. 개발 위주의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나 호황을 누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대선 때면 후보자의 공약에 힘입어 반짝 호황을 누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선은 개발 위주의 공약보다는 주거 복지와 안정, 가계부채 해결, 양국화 해소 등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이 주를 이룰 수 있다"고 내다봤다.

13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를 꺼뜨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경제를 좀먹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까지 막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을 막기 위한 대출억제책들이 쏟아졌고, 시중은행의 담보대출 금리상승에 이어 원리금 분할상환 원칙으로 상환부담은 커졌다. 이로 인해 올해 첫 아파트 분양에 나선 비수도권 상당수 아파트는 미달된 상황이다. 정부가 가파르게 상승중인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추가대책이라도 내놓을 경우엔 더 시장은 냉각될 수 있다.

◇공급물량 쓰나미 현실화되나

위축된 수요와 달리 늘어난 공급은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악재로 꼽힌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7만가구로 지난 1999년(26만9541가구) 이후 최고 수준이다. 내년 입주물량은 41만가구에 달한다. 2년 동안 총 77만8000여가구가 공급되는 셈이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중장기 공급계획 물량보다 10만가구 이상 많은 수치다. 내년까지 합하면 적정 수요보다 25만 가구나 더 공급된다.

이에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전국 주택 매매가가 작년보다 0.8%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집값의 경우 올해와 비슷한 보합세를 유지하지만 지방은 평균 1.5%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올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0.5% 오르고 지방은 0.7% 하락하면서 전국적으로 집값이 보합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공급과잉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주택 공급 원천인 분양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주택공급은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분양물량이 계속 몰리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분양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하는 사람’, 올해부터 감소…주택구매력 갖춘사람 줄어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 생산가능인구는 경제활동이 가능한 만 1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를 의미하므로 30~35대 주택 수요층이 주로 감소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경제 전반은 물론 주택시장도 위축할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악재일 수 있지만 당장 올해 주택시장 위축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는 아니라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감정원 산하 부동산연구원이 작성한 ‘최근 5년간 연령대별 아파트 구입자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 중 60대 이상은 11만2036명으로 2011년보다 57.2% 늘었다. 비중으로는 2011년 10.5%에서 지난해 14.1%로 상승했다. 50대의 비율도 늘었다.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도, 다른 연령층에서 주택구매력을 갖춘 이도 늘고있기 때문에 당장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거주 목적과 임대목적의 주택매입이 가능한 50, 60대 인구 비중이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령층의 부가 자녀나 손주에게 이전되면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반드시 젊은 세대의 자산 감소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론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눈앞의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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