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53년까지 건립 계획…OECD 회원국 꼴찌수준 정부 신뢰도로는 '난망'

핀란드 핵폐기물 영구처분시설 '온칼로(Onklao).' /사진=POSIVA

 

답이 없어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에 대해 학계나 시민단체에게 물어보면 항상 같은 대답이 튀어나온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전을 하고 남은 찌꺼기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에도 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이 남아있어 특수 처리한 시설에 저장해야한다. 핵연료봉이 공기 중 산소와 접촉하면 다시 핵분열을 일으킨다. 원자력에너지를 꺼지지 않는 불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25일 정부는 5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확정했다.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자력 계획으로 지난 1997년부터 5년마다 수립해왔다. 이번 계획안에는 원자력 안전 확보 원전 해체기술 개발 원자력 기술 연구개발 촉진 원자로 수출지원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모색 등을 담고 있다.

 

이중 눈에 띄는 부분은 사용후핵연료 처리다. 정부는 영구처분 시설 부지를 2028년까지 선정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 계획안대로면 처분시설은 오는 2053년 가동될 예정이다.

 

문제는 처분시설을 어디에 유치하느냐다.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해온 국가들은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핵연료재처리 기술로 재활용을 한다지만 거기서도 고준위핵폐기물은 배출되기 마련이다. 현재까지 영구처분시설부지를 확보하고 운영 준비에 들어간 나라는 핀란드뿐이다.

 

핀란드 핵폐기물 영구처분시설 이름은 온칼로(Onkalo)’. 온칼로 시공사인 포시바(POSIVA)는 에너지 회사인 TVO(Teollisuuden Voima Oyj)와 포르툼 주식회사(Fortum Power & Heat Oy)가 각각 60%, 40%씩 출자해 만든 합작회사다. 두 회사 모두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해 왔다.

 

핀란드 정부는 원전 운행 초기인 1983년 핵폐기물 처리계획을 세웠고 1987년에 관련법을 제정한다. 이후 10여 년간 전국을 대상으로 지질조사에 나섰다. 핀란드 정부는 각 도시별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후보지역에게 거부권을 쥐어줬다. 2000년이 돼서야 에우라오키(Eurajoki) 올킬루오토 섬(Olkiluoto island)로 영구처분장 부지가 선정된다.

 

온칼로 부지는 생성된 지 18억년이 됐다고 추정되는 화강암질 섬이다. 땅을 파기가 어렵지만 그만큼 단단한 지반이다. 핀란드 정부는 향후 10만년 동안 이상이 없을거란 분석을 내놓았다. 포시바는 지난 2004년부터 터널공사를 해왔다. 지하 500m, 터널 길이 4.8에 이르는 개미집 모양 처분시설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핀란드 정부는 2020년부터 2120년까지 자국에서 발생한 핵폐기물 6500톤을 저장하고 이곳을 밀봉할 계획이다.

 

온칼로는 첫 계획부터 운용까지 38년이 걸렸다. 정부가 제시한 2053년은 36년 뒤다. 정부가 핀란드 사례를 따른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저장소에서 임시로 보관중이다. 임시보관 방법은 습식저장과 건식저장, 두 가지로 나뉜다. 습식저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수조에 보관하는 방법이다. 수조는 냉각과 방사선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건식저장은 충분히 식힌 사용후핵연료를 드럼에 넣고 콘크리트를 부어 봉인하는 방식이다.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고리원전 5031다발 신고리원전 803다발 한빛원전에는 5822다발 한울원전 5058다발 신월성원전 189다발 대전 원자력안전연구원에는 514다발이 습식저장소에서 보관돼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가장 많은 원전은 월성원전이다. 월성원전 습식저장소에는 135436다발이 현재 보관중이다. 286320다발이 원자로 밖 실외 건식 저장소에서 보관중이다.

 

임시 저장소 용량은 곧 포화된다. 499632다발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월성원전에는 이미 42만여다발이 보관돼 있다. 지금 속도대로면 2019년이면 가득 찬다. 한빛원전(9017다발 저장가능), 고리원전(6494다발)2024년이면 포화된다. 최근에 지어진 한울원전(7066다발)과 신월성원전(1046다발)은 각각 2037, 2038년이면 포화된다.

 

턱없이 낮은 정부 신뢰도도 문제다. 2016OECD가 낸 보고서 ‘Society at a Glance’에 따르면 한국 정부 신뢰도는 28점이다. 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다. 같은 해 핀란드는 55점으로 11위다. 최근 발표된 에델만 신뢰도 조사에서도 한국인 중 27%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나타났다. 28개 조사국 중 21번째였다.

 

안재훈 환경연합 탈핵팀장은 “40년 동안 불투명하게 원전을 운영해오다 이제야 폐기물 처리 공론화에 나선 형국이라며 중저준위폐기물 저장소 선정 때처럼 영구처분시설을 선정할 때도 지역 내 찬반 갈등이 발생하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적당한 부지를 찾지 못하면 원전 내 임시보관소를 늘려갈 텐데 이 역시 수도권과 지역갈등을 조장하게 된다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원전 가동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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