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전 수사 고삐 당기자 당황한 듯…법조계 “수사 잘하고 있다는 방증”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특검보)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파죽지세로 이어지자 비선실세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이 돌발적인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은 이에 개의치 않고 최순실 씨를 추가로 소환 조사하며 설 연휴 이후엔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사 고삐를 더욱 당기고 있다.

지난 25일 침묵을 지키던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돌발행동이 이어졌다. 검찰의 체포영장 집행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 사무실로 출석한 최순실이 기자들 앞에서 갑자기 “특검이 강압수사를 하고 있다”며 고함을 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 인터넷TV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비판에 대해 불만을 토해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특검의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이 설날 연휴 전 최순실씨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2월 초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에 나설 것을 목표로 수사에 속도를 올리자 당황한 것이란 분석이다. 평소 공중파 방송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우호적인 한 인터넷TV에 까지 출연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마음이 급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같은 돌출행동이 수사나 탄핵정국을 변화시키기엔 무리라는 것이 법조계 및 정치권 판단이다. 최순실 씨는 강압수사가 있었다고 외치고 있지만 그동안 6차례나 특검 소환에 불응한 터라 설득력이 약하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인터넷 TV에서 뇌물 수수 혐의 및 탄핵 정국에 대한 이야기보단 수사와 상관없는 시중에 돌았던 루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오히려 그만큼 특검의 수사가 빈틈이 없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26일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참고인들에 대해 어떠한 강압수사나 자백 강요 등의 인권침해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궁지에 몰린 두 사람의 이 같은 행동은 득보단 실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촛불민심만 자극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고함을 치고 인터뷰를 한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계산된 행동이지만 문제는 그들만의 계산이었다는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을 노렸겠지만 지지층이 거의 없어 결과적으로 기대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특검은 두 사람의 이 같은 돌출행동에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터넷TV 인터뷰가 알려진 다음날 웃으며 출근하는 여유를 보였다. 최순실씨에 대한 조사를 끝낸 특검은 연휴가 끝나는 대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관저를 포함해 의무실 및 경호실, 민정수석실, 비서실장실이 대상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청와대의 증거인멸 시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압수수색하면 증거인멸 여부도 파악할 수 있고 거기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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