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끝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 김지영 기자(kjy@sisajournal-e.com)
  • 승인 2017.01.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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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처벌 너무 가볍다" 비판 여론속 검찰 항소…진상규명·가해자 처벌·피해자 지원 등 갈길 멀어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의 1심선고가 끝났지만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가해 기업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검찰측은 재판부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가해자 처벌과 함께 피해자 지원, 재발방지 대책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을 통과시켰다. 법제처는 가습기살균제 유사 사고 방지 차원에서 소독제 ·살충제 등 살생물질 및 살생물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사전 승인·허가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정부 입법과정에서 도입된다.

◇ 검, 가습기살균제 1심 항소… 외국인 증인 등 소환 관건 

다수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자로 기소된 신현우(69) · 존리(49)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가 1심에서 가벼운 형량을 받은 것에 대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특별수사팀(부장검사 이철희)이 항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신전 대표에 업무상 과실치사, 표시광고공정화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더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제기한 혐의 중 특정경제가중처벌에 의한 사기죄에 대해서는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존 리(49) 전 대표에 대해서는 업무처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증거불충분 등을 사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제품 출시 당시 회사 대표로 있었던 신현우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는 각각 징역 20년,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구형에 절반에도 못미치는 징역 7년과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존 리 전 대표의 업무 태도 등은 제품의 인체 안정성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당시 옥시의 업무처리에 일정한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한 가능성과는 별개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필요하다”며 증거부족을 들었다. 

이에 검찰의 항소 내용은 존 리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와 증인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판부가 존 리 대표에게 직접 보고 관계에 있었던 임직원들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한 만큼 이들에 대한 직접 조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외국인 증인인 제인 전 대표 등에 소환을 요구했지만 제인 전 대표는 바쁘다는 이유로 불응했다. 이후 진행된 검찰의 서면 조사에서 제인 전 대표는 "잘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5월부터 2년 동안 옥시의 최고 경영자로 재직한 제인 전 대표는 당시 옥시 측에 불리한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실험 결과에 은폐·축소 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이후 옥시의 대응 과정에서 불법 행위 여부를 확인하려면 제인 전 대표에 대한 대면 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부모인 김아련씨는 “문제의 핵심을 알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불러와야 하는데 법원은 소환장 번역해서 보내고 국회는 국정조사 증인 출석 요청만 했다”며 “사법부, 국회 모두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현우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 등은 2000년 10월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판매해 사망자 73명을 비롯한 181명의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겨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5000여명이 훌쩍 넘어선다. 

◇ 피해자 지원은 아직도 지지부진 , 징벌적 손해 배상제 필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이 사고 발생 6년 만에 통과됐다. 법안은 피해자들에게 요양급여와 요양생활수당, 장의비, 간병비, 특별유족조위금 및 특별장의비 등 구제급여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포함됐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빠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지원 방안 등을 담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56명 중 찬성 154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해당 법안은 2011년 사고 발생 확인 후 국정조사 등 진통 끝에 지난해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급여 지급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위원회는 환경부에 두기로 했다. 그 산하에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폐이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담았다. 구제급여 대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피해자를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특별구제계정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규정했다. 

특별구제계정의 재원은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의 분담금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제조업체 전체 분담금은 1000억원으로 정했다. 각 업체 생산량과 판매량 등에 비례해 분담률을 정한다. 가장 많은 제품을 판매한 옥시 레빗벤키저는 500억원 이상의 분담금이 배정되고, 원료물질 사업자인 SK케미칼도 250억원을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이 피해자를 구제하고 지원하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관계자는 "피해구제기금에서 주범 기업들이 내놓을 총액을 1000억원 규모로 제한하고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결국 출연 대상에서 빠진 것은 근본적 해결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책임이 누락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오늘 통과된 구제법은 정부의 책임과 기업의 징벌적손해배상 등이 누락된 법안이어서 보완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기업과 소비자의 문제라며 정부가 출연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비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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